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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바지와 다리미 ㅡ 시인 유숙희

청람 김왕식











구겨진 바지와 다리미

시인 유숙희





살가운 부부 사일까
마주 보면 구겨진 주름
쫘악 쫙 펴져서
파리가 낙상할 듯
날 선 바지 반질거림도

돌아 누우면
생얼은 된서리 내린 듯
바지는 쭈굴 밤탱이에
다리미 고철덩이일 뿐

다리미는 뜨거움!!
뜨거움은 변화혁신이니
뜨건 다림질 한 번 지남에
크고 잔 주름 확 펴지고
찌그러짐이 반지르르
윤이 나 새것 됨이라

쩌릿 쩌릿,
뜨건 맛보고 정신차렷, 이것이 어찌
이 바지 주름뿐이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의 시 '구겨진 바지와 다리미'는 일상적인 사물의 비유를 통해 관계와 변화의 본질을 성찰한다. 시인이 평소에 경험한 삶의 여러 단면을 직관적으로 연결하여 인간관계와 삶의 온기, 변화에 대한 시각을 담아내는 방식은 독특하다.

이러한 접근법은 그의 삶 속에서 느낀 친밀감과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중요한 변화에 대한 성찰을 반영한다. 이 시에서 다리미와 바지라는 도구적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관계의 회복과 자아 성찰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첫 연에서 시인은 ‘살가운 부부 사일까’라며 바지와 다리미를 마치 부부 관계에 빗대어 구겨진 부분이 펼쳐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삶의 과정에서 겪는 마찰과 그에 따른 회복의 단면을 담고 있다. ‘파리가 낙상할 듯 날 선 바지 반질거림도’라는 구절에서 매끄럽게 펴진 모습이 오히려 불안정한 관계의 표면을 은유하는 동시에 그 미세한 긴장감을 드러낸다.

둘째 연에서는 다시 평온이 깨진 상태를 묘사한다. ‘생얼은 된서리 내린 듯’이라는 표현에서 고유의 모습으로 돌아간 부부의 일상성을 그려내며 관계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불완전함을 보여준다. 시인은 바지가 ‘쭈굴 밤탱이’가 되고, 다리미가 ‘고철덩이’가 되어 기능을 잃은 듯한 묘사를 통해, 관계가 변화를 통해 새로워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암시한다.

셋째 연에서 다리미의 ‘뜨거움’을 혁신의 동력으로 비유한 부분은 이 시의 핵심적인 상징이다. 다리미의 뜨거움이 주름을 펼치듯, 변화의 열정과 힘이 관계의 갈등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뜨거움은 변화혁신이니’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은 변화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서의 고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다리미가 고철덩이에서 생명을 얻는 과정과 닿아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시적인 울림을 극대화하기 위해 ‘쩌릿 쩌릿, 뜨건 맛보고 정신차렷’이라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통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단순히 바지 주름을 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주름과 관계의 마찰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요컨대, 유숙희의 이 시는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변화와 관계의 본질을 묵직하게 성찰하는 작품이다. 바지와 다리미라는 상징을 통해, 시인은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회복의 과정을 단순한 사물의 변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유숙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시 '구겨진 바지와 다리미'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바지와 다리미라는 일상적인 소재가 시인의 손길을 통해 관계와 삶의 변화를 표현하는 깊이 있는 은유로 변모한 점이 놀라웠습니다. 단순한 사물임에도 불구하고, 시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나 독자인 제 마음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 ‘살가운 부부 사일까’라는 첫 구절에서부터 시가 던지는 질문은 큰 여운을 남겼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관계가 가지는 유연함과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변화들을 마치 저 자신이 경험하는 듯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파리가 낙상할 듯 날 선 바지 반질거림도’라는 표현은 참신한 동시에 세밀한 관찰이 돋보이는 구절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다리미의 ‘뜨거움’을 변화와 혁신으로 표현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림질을 통한 주름의 해소를 인간관계의 변화와 성장에 빗대어 보여주신 점에서, 삶의 온도와 열정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뜨거운 변화의 과정을 통해 모든 것이 ‘새것’이 될 수 있다는 시인의 메시지는 독자로 하여금 큰 용기를 얻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쩌릿 쩌릿, 뜨건 맛보고 정신차렷’이라는 구절은 시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 같았습니다. 다리미가 전하는 뜨거움이 바지 주름만이 아니라, 삶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화의 과정임을 상기시키는 듯했습니다. 단순히 사물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일상과 삶 속에서도 그 같은 다림질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이 시를 통해 시인님께서 전하고자 하신 메시지와 그 안에 깃든 따뜻한 시선을 진심으로 감사히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글을 통해 더욱 깊은 성찰과 감동을 얻기를 기대하며, 시인님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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