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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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의 하루
청람 김왕식
하루살이는 자신의 하루를 모른다.
그가 짧은 날개를 펴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그 순간, 그곳에는 시간의 경계가 없다. 낮과 밤의 경계를 허물고, 그의 작은 날갯짓이 만드는 파동波動 속에서 모든 것이 하나의 찰나刹那로 엮인다. 태양을 알지 못했던 깊은 어둠 속에서 그는 첫 빛을 만난다.
그 빛이 얼마나 오래 머물지는 모른 채, 그는 오로지 그 순간의 빛을 향해 달려간다. 알지 못하기에, 머뭇거림 없는 비상 飛翔을 시작한다.
그토록 작은 몸뚱이가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세상에 몸을 던진다. 그 순간을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그의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어진 생명, 부여된 순간, 그 안에서 하루살이는 전부를 바친다. 뜨겁게, 서슴없이, 마치 그 모든 것이 다인 것처럼. 그림자마저도 밝게 빛나는 낮 속에서, 자신이 사라질 순간을 알지 못한 채 춤을 춘다. 만약 그가 하루라는 종착을 알았다면, 그토록 무모하고도 아름다운 비상飛翔을 선택했을까?
하루살이의 생은 짧기에 오히려 무겁다. 그의 존재는 바람에 떠다니는 먼지와 같으나, 그 순간에는 누구보다 온전하다. 어쩌면 그는 단 하루를 살기에 더 깊이, 더 순수하게 생을 붙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기에 두려움도 없고, 그가 남긴 파동들은 한낱 날갯짓 속에 영원의 흔적을 남긴다. 오로지 순간을, 그리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것이다. 그의 삶은 짧기에, 그가 모르는 하루 속에서 찬란히 빛난다.
무지無知 속에서 태어나, 무지 속에서 스러져가는 하루살이. 그 무지야말로 그에게 자유를 준다. 하루살이는 온 생을 다 걸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른다.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영원을 알지 못할 때에만 가능한 용기로, 그렇게 한낱 순간의 빛을 온몸에 담고 또다시 날갯짓을 한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