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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ㅡ 장상철 화백

김왕식








빛과 그림자




장상철 화백





바람의 숲과
빛이 흐르는 물이
다르지 않음을.

빛과
그림자 또한
한자리에 있음을.

비어 있다
채워진다의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는 얼마나
작은 티끌에
불과한가를....

이미 스스로의
경계를 넘어서
하나이기 때문에,
진공의 숲에 기대서면
경계라는 단어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곳에는
시공의 간격이라는 용어는 자리하지 않았으며,
다시금
물과 숲의
같은 자리만
여유 있고,
너그럽게
놓여 있다.

이 가을
브람스를 들으며
친구와 함께
숲을 거닐고 싶다....

소중한 벗에게
감사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상철 화백의 시는 투병 중의 고통을 초월해 자연과 인간의 일체감과 평온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그는 ‘바람의 숲’과 ‘빛이 흐르는 물’을 대조적 개념으로 보지 않고, 서로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다.
이는 자연의 모든 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로 존재하는 본질적 연관성을 표현한다. 또한 빛과 그림자조차 같은 자리에 공존하는 자연의 모습에서 이중성 속에 내재된 일체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대립을 넘은 조화의 세계를 바라보며, 인간 역시 자연 속에서 작은 티끌에 불과함을 겸허히 인정한다.

‘비어 있다 채워진다’라는 표현은 자연의 순환과 변화를 나타내며, 인간의 유한성과 그 존재의 미약함을 상기시킨다. 이는 시인이 자연 속에서 느끼는 무상함과 일체감을 동시에 함축한다. 그는 자연의 질서를 따르며 자신의 경계를 초월해 하나가 되는 존재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진공의 숲에 기대서면 경계라는 단어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는 구절은 인간이 경계와 이분법을 넘어 자연과 하나가 될 때 자유로움을 경험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자연 속에서 고요와 안식을 얻으며, 경계가 사라진 진공의 공간 속에서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깨달음 속에서 시인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사라진 평온한 상태를 경험한다. 시 속에서 '시공의 간격이라는 용어는 자리하지 않았으며'라는 구절은 시인이 자연 속에서 시간을 초월한 영원성을 꿈꾸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투병으로 인한 고통과 한계를 초월하여 자연 속에서 존재의 자유를 경험하려는 그의 의지를 드러낸다. 이어서 물과 숲이 여유롭게 자리한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상징하며, 시인이 이 속에서 느끼는 깊은 위로를 보여준다.

가을이라는 계절적 배경은 시인의 사색과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특히 '이 가을 부라암스를 들으며 친구와 함께 숲을 거닐고 싶다'는 표현은 인생의 소박한 행복과 깊은 인간애를 담고 있다.
브람스의 음악은 자연과 어우러지며 시인의 감성을 더욱 고양시키고, 이는 투병 중에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그의 갈망을 대변한다. 이 대목은 단순한 자연 묘사에 그치지 않고, 병마와 싸우면서도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표현한다. 또한 이 시는 자연 속에서 친구와의 소중한 시간을 꿈꾸며, 함께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벗에게 감사를'이라는 표현은 투병 중 느끼는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감사의 마음을 반영한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겸허한 태도와 깊은 사색을 보여주며, 자연과의 일체감을 통해 얻게 된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경계와 이분법을 초월한 자연의 질서 속에서 시인은 고요와 평화를 찾으며, 자신의 유한함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 안에서 오는 충만함을 경험하고 있다.

요컨대, 장상철 화백의 이 시는 고통을 넘어선 초월적 사유와 자연을 통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시인이 자연 속에서 평온과 안식을 찾고자 하는 깊은 내면의 성찰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존재와 자연의 본질적 일체감을 통해 인간의 미약함과 동시에 무한함을 재확인하는 시인의 철학적 탐구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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