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07. 2024

팔랑 단풍잎 하나가 ㅡ 백영호 시인









                    팔랑 단풍잎 하나가





                                     시인  백영호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
팔랑팔랑 빗금 치며
가슴을  타악 친다

찬찬이
자세히
들여다 봄직하이

아하,
세월이다
줄줄이 금 줄 친
단풍잎 잎맥
골골이 주름진
내 엄니 세월이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은 그의 삶을 단풍잎과 같은 자연의 소소한 이미지로 표현하면서, 세월의 무게와 그 안에 녹아든 부모님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시인이다. 그는 사물 하나하나에 감정을 투영하여 섬세하게 생명을 불어넣고, 일상의 사소함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그의 시적 세계는 자연 속의 잔잔한 요소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시의 첫 행에서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라는 표현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물들어가는 단풍잎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팔랑팔랑’이라는 의성어는 단풍잎이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며,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가슴을 타악 친다’는 묘사는 자연의 소멸 과정에서 느껴지는 서글픔과 인생의 무상함을 연상하게 한다. 이로써 시인은 단순한 단풍잎의 떨어짐을 통해 인생의 유한성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어지는 ‘찬찬이’와 ‘자세히 들여다 봄직하이’는 단풍잎을 천천히 바라보며 그 속에 숨겨진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마치 세월을 직면하고 그것을 곱씹는 듯한 행위로, 깊이 있는 성찰을 유도한다. 이러한 묘사는 단풍잎 하나에 담긴 시간의 상징을 강조하며, 단순한 자연물에서 인생의 이치를 배우려는 시인의 마음을 드러낸다.

‘아하, 세월이다’라는 감탄은 시인이 느끼는 깨달음의 순간을 드러낸다. 단풍잎의 ‘줄줄이 금 줄 친 잎맥’과 ‘골골이 주름진 내 엄니 세월’이라는 표현은 어머니의 주름과 세월의 흔적을 단풍잎에 투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인은 세월의 무게와 함께 어머니의 삶이 겹쳐 보이는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단풍잎의 잎맥은 그리움과 존경의 상징이 되어 시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어머니의 생애를 되새기게 한다.

요컨대, '팔랑 단풍잎 하나가'는 자연과 삶의 연결을 통해 시인의 개인적 정서와 보편적 진리를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백영호 시인은 작은 단풍잎 속에 그의 인생관을 담아냈으며,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소멸과 생의 순환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단순한 자연의 일부를 넘어서서 우리 각자의 인생이 결국 같은 길을 가고 있음을, 그 안에 깊은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음을 시는 일깨워준다



ㅡ청람


작가의 이전글 나무 ㅡ 시인 곽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