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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07. 2024

향기와 악취

김왕식








                               향기와 악취


                                                     김왕식






살아가며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원만한 인간관계 속에서 그 향기를 느끼는 일이다. 인간의 향기, 그 특유의 온기와 섬세한 감정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 관계가 잘못 맺어졌을 때, 그 향기는 이내 악취로 변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향기가 언제나 순수하게 머물러주지 않기에, 인연을 맺는 일이란 언제나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스스로 변하지 않을 동반자를 찾고자 한다. 난초를 키우고, 반려견을 기르기도 한다. 그들도 살아있는 생물인지라 언젠가 변할 수 있다. 결국에는 영원히 변치 않을 무생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오래된 골동품이나 세월을 품은 수석을 수집하며, 정성스레 닦고 기름칠하여 완상玩賞하는 일은 일종의 정착과 같다. 이들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 내 곁에서 흔들림 없이 있어줄 것을 믿고 기대하게 된다.

허나 이것은 일방적인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감정을 공유할 수 없는 사물과의 관계는 그저 나 혼자만의 일방향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귀한 골동품이라도, 그저 내가 바라보는 존재일 뿐, 나에게 속삭이며 교감을 나누지는 않는다. 때론 이러한 일방적 사랑이 공허하게 느껴진다. 사람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향기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인간의 따스한 정서와 함께 주고받는 감정의 교류, 이는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

가끔씩이라도 누군가와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랑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사람의 향기란, 은근한 온기
살갗에 스미는 부드러운 결

때로 잘못된 인연은
옅은 악취로 변하기도 한다

난초를 키우고
반려견을 길러본다
생명은 언젠가 변하고

영원을 꿈꾸며 골동품을 모은다
반질반질 손끝으로 닦아내며

서늘한 수석을 바라본다
바스러질까 조심스레 다가서는 손길

사람과 나누는 진한 향기
서로를 스며들게 하는 그 온도

최고의 사랑은 결국
인간 속에 깃든 향기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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