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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07. 2024

K화백의 하루는 또 그렇게

K 화백과 청람 김왕식










           하루가 또 그렇게



                           K 화백



특별할 것 없으나
계절에 머무는
마음의 무게는
순간순간
균형을 벗어나곤 한다.
여전한 일상의 굴레는
자유롭게
일어나는 나들이의
기대를
허락하지 않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간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K화백의 시 '하루가 또 그렇게'는 고단한 삶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마음의 무게를 절절히 담아낸 작품이다. 그가 처한 현실 상황은 시 속에 잔잔히 스며들어 있지만, 시어는 이를 소리치듯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평온한 흐름 속에서 독자가 이를 감지하게끔 한다.

시의 첫 구절인 "특별할 것 없으나"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모습을 단순하게 서술하는 듯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시인의 마음속에서는 이 '특별할 것 없음'이 오히려 비극적 무게로 다가온다. 그의 하루는 여전히 평범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며 더욱이 '순간순간 균형을 벗어나곤 한다.' 이는 삶을 버겁게 느끼는 내면의 갈등과 불안정성을 표현하며, 마치 흔들리는 시소처럼 일상이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여전한 일상의 굴레는 / 자유롭게 / 일어나는 나들이의 / 기대를 / 허락하지 않고, "에서 화백의 삶이 어둠 속에 갇힌 새처럼 구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걸어가고 싶어도, 현실은 그를 가로막고 있다. 그가 겪는 자유에의 갈망과 이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은 삶의 아이러니를 표현하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시인은 마지막 구절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간다.."라고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을 묘사한다. 마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의 삶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는 무력함을 느끼게 한다. 이 점에서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닌, 멈출 수 없는 유한한 존재로 다가온다. 그는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붙잡고 싶지만, 그 시간은 무심하게 흐를 뿐이다.

이 시는 단순히 인생의 고통만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체념,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시인은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독자에게 삶의 본질과 시간을 성찰하게 한다.

K화백은 '특별할 것 없음'의 일상을 반복하면서도 순간순간 균형을 잃는 삶의 진폭을 이 시에 담아냈다. 비록 몸은 약해지고 자유로운 나들이조차 어려워졌지만, 시인은 시간의 흐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정을 보여준다. 이는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을 넘어서, 인생의 유한성과 그 속에서 찾아야 할 평온을 깨닫게 하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K화백님께,




안녕하십니까,
K화백님의 시 '하루가 또 그렇게'를 읽으며 조용히 마음 깊이 울림을 받은 사람입니다. 화백님께서 일상 속에서, 그리고 그 하루하루 속에서 담담하게 삶을 살아내고 계시는 모습을 글 속에서 느끼며 제 마음이 참으로 복잡하고 고요한 울림에 휩싸였습니다.
 저 역시 병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화백님의 글을 접하는 순간부터 그 진심 어린 단어 하나하나가 제 안에 깊이 새겨져 큰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시에서 보여주신 ‘특별할 것 없음’의 하루하루는, 저에게는 참으로 멀게 느껴지는 노정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무언가를 이겨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불안에 시달리며 제 존재를 겨우 지탱하고 있습니다.  화백님께서는 그러한 평온한 일상 속에서 고요히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순간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감싸 안고 계신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삶의 매 순간을 관조하고, 자신에게 다가온 숙명마저도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에 경외심이 생깁니다. 제가 화백님의 마음의 깊이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저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삶의 무게와 그 속에서 발견한 평온함의 소중함을 공감하며 감히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화백님께서는 자유롭게 일어나고 싶으나, 일상 속에서 그 자유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순간순간 균형을 잃어가는 모습을 시 속에 담아주셨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화백님은 오히려 담담하게, 마치 자연스러운 일처럼 자신의 하루를 쌓아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 여유롭고 차분한 태도는 제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고, 제 마음 깊은 곳에 불안을 조금씩 내려놓게 해 주었습니다. 화백님께서 시 속에 그려주신 삶에 대한 고요한 인식은 저에게도 순간순간 저의 마음을 바라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가르쳐주셨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간다’는 구절을 읽으며 가슴이 저렸습니다. 유한한 삶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나름의 무게와 가치를 찾으며 사는 화백님의 모습에 저 또한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지 않은 시간을 붙들고 불안에 떨던 제 모습이 잠시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가운데 우리만의 순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화백님께서 저에게 전해주신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화백님, 저는 오늘 화백님께서 보여주신 그 마음가짐을 통해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저만의 평온을 찾아가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저에게 그런 길을 열어주신 화백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끝없는 응원을 보냅니다.
화백님의 시가 제게, 그리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이 길을 걸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전합니다.

화백님의 평온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2024 11. 7 목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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