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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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까치의 메아리
이른 아침, 감나무 위 걸터앉은
까치 소리에 고요한 장심리,
아침은 한 발짝 먼저 찾아왔네.
세상의 창문을 일찍 열어,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며,
홍시 되지 못한 감은 아랑곳없이
울려 퍼지는 까치의 메아리.
앞산, 뒷산을 넘나들며
장심리를 깨우는 소리,
상쾌한 아침, 이제 나는
오늘의 여정을 시작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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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아침, 까치의 소리를 들으며
이른 아침, 여느 날과 다름없이 창문을 열었다. 바람은 서늘했지만 차갑지 않았고, 어렴풋이 밝아오는 햇살이 이 세상에 새로운 하루를 알리는 듯했다. 감나무 가지 위에 걸터앉은 까치 한 마리가 아침을 깨우는 소리를 내며 장심리의 고요한 아침을 여유롭게 깨우고 있었다. 까치의 울음소리는 맑고 힘차게 메아리쳐 앞산과 뒷산을 넘나들며 울려 퍼졌다.
아직 붉게 익지 않은 감들은 가지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가을이 찾아오면서 점점 색을 바꿔가는 감들이었지만, 까치에게는 별다른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까치는 홍시가 되지 못한 감들 사이를 무심하게 지나가며 그저 아침의 시작을 알리기만 할 뿐이다. 새벽의 정적을 깨고 메아리치는 그 까치의 울음소리는 마치 "오늘 하루도 어서 시작하라"며 재촉하는 듯하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아침 공기를 가득 들이마셨다.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순간이었다. 요즘에는 자주 듣지 못하던 자연의 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자연의 소리, 특히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일상에 묻혀 살면서 자연의 소리와 풍경을 잊고 지낸다. 출근길에 급히 차를 타고 바삐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오늘은 까치의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사실, 감나무 위에 앉은 까치는 그저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다. 누구를 위해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분명하게 이른 아침을 알렸고, 덕분에 나도 한 발 앞서 하루를 준비할 수 있었다. 까치의 울음소리는 나에게 여유를 선사해 주었고, 그 여유는 오늘 하루를 더욱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까치가 울어주는 아침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일 뿐일까? 아니면 그 소리가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던 것일까? 바삐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가끔은 이렇게 무의미해 보이는 작은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채워주고 있었다. 감나무 위에 매달린 감들은 아직 익지 않았지만, 그 감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까치처럼 우리도 가끔은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감나무 가지에 걸린 새벽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천천히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아침의 맑은 공기를 가득 들이마시며, 메아리치는 까치의 울음소리에 맞춰 오늘의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때로는 이렇게 여유롭게, 때로는 조금 늦더라도, 내가 만들어가는 하루는 나만의 것이며, 자연이 나에게 선사한 작은 기쁨으로 하루를 채워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이렇게 까치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내가 이 세상을 조금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기를, 오늘도 그렇게 조용히 하루를 맞이하며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