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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이 피이인다

김왕식







자목련이 피이인다




시인 시백






들뜬마음 한 곳에
붉은 꽃이 피이인다
무슨 꽃인지 들여다본다
아!
자목련이구아
너가 네가
있었구나
세파에 너를 잊고 있었구나
생에 첫 목련이 피던 날 너가 피던 날
붉은 꽃잎이 한 잎씩 내려앉을 때
첫 짝사랑아에 앙증손으로
너를 한 잎 한 잎
줍고 있었지

긴 세월 육십 년이 지났지만
넌 아직 나에겐
다섯 살짜리
목련을 담은 까무잡잡한
어린아이

아!
자목련





문학평론가ㆍ시인 청람 김왕식





시백 시인의 작품 세계는 자연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며, 세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 그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투영하는 거울로 활용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그의 시에서 자연은 기억과 사랑, 인간 존재의 본질을 형상화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시백 시인의 가치철학은 세파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순수함과 본질적 아름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 첫사랑의 아름다움,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감정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다. 삶의 고난과 현실 속에서도 시인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잊고 있던 감정과 기억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작품에 담는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과거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삶의 통합적 의미를 모색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그의 철학적 접근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삶의 궁극적 질문을 던진다.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복잡성과 고난 속에서도 인간이 돌아가야 할 내적 본질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백 시인은 독자들에게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되돌아보게 하며, 삶의 세세한 순간조차도 의미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의 시는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독자들에게 철학적이며 감정적인 공감을 제공하는 문학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시백 시인의 '자목련이 피이인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잊히지 않는 사랑과 기억의 본질을 섬세하게 드러낸 시다.
시인은 자목련이라는 자연적 이미지를 통해 인간 내면의 순수한 감정을 소환하며, 삶의 세파 속에서도 변치 않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삶의 조화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탐색한다. 이 시는 독자들에게 잊고 지낸 감정과 기억을 상기시키며, 우리 삶의 가치 있는 순간을 되새기게 한다.

"들뜬 마음 한 곳에"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마음이 시적 공간을 열어젖힌다. 들뜬 마음은 단순한 기쁨이 아닌, 새로운 발견에 대한 내적 동요와 기대감을 내포한다. 한 곳이라는 표현은 산만했던 감정이 자목련 앞에서 고요히 응집되는 순간을 암시하며, 시인이 느끼는 집중과 몰입을 보여준다.

"붉은 꽃이 피이인다"

붉은 꽃은 생명의 강렬함과 사랑의 열정을 상징한다. 피어난다는 표현은 단순히 꽃이 피는 물리적 과정을 넘어, 잊힌 기억과 감정이 다시금 생동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이 행에서 자연과 내면의 교차가 선명히 드러난다.

"무슨 꽃인지 들여다본다"

'들여다본다'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깊이 탐구하려는 태도를 함축한다. 이는 감각적 경험을 통해 시인이 자목련과 다시 연결되고, 내면 깊숙한 곳에 묻어 두었던 감정을 직면하는 순간을 나타낸다.

"아!"

감탄사는 시적 긴장을 극대화하며, 자목련을 다시 만난 경이로움과 기쁨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단순한 감정 표현이지만, 시인의 놀람과 환희를 독자에게도 생생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자목련이구아"

자목련이라는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시인은 잊고 있었던 존재와 재회한다. 단순한 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첫사랑과 잊힌 순수를 상징하는 존재로 자목련이 등장한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과거와 연결되는 상징적 다리를 건너는 순간이다.

"너가 네가 있엤구나 /
세파에 너를 잊고 있었구나"

세파 속에서 잊힌 자목련은 시인의 삶에 소중했던 기억과 사랑을 상징한다. 너라는 지칭은 단순히 꽃을 넘어, 시인의 첫사랑이자 순수한 기억으로 확장되며, 현실의 고난 속에서 소멸하지 않는 내면의 본질적 가치를 드러낸다.

"생에 첫 목련이 피던 날 너가 피던 날 /
붉은 꽃잎이 한 잎씩 내려앉을 때 /
첫 짝사랑아에 앙증손으로"

첫사랑과 목련의 이미지를 교차시키는 이 구절은 어린 시절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되살린다. 붉은 꽃잎과 어린 시절의 손길이 하나로 연결되며, 기억 속 장면이 마치 화면처럼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순간을 보여준다.

"너를 한 잎 한 잎 /
줍고 있었지"

줍는 행위는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닌, 잃어버린 사랑과 감정을 되찾으려는 시인의 의지를 나타낸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내면과 다시 만나는 깊은 감정적 행위로 읽힌다.

"긴 세월 육십 년이 지났지만 /
넌 아직 나에겐"

시간은 흘렀지만, 자목련은 여전히 시인의 마음속에서 변하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기억이 초월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섯 살짜리 /
목련을 담은 까무잡잡한 어린아이"

목련과 어린아이가 결합된 이미지는 시인의 첫사랑을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형상화한다. 이는 기억 속의 감정이 지금도 어린 시절의 모습 그대로 시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음을 상징한다.

"아! /
자목련"

마지막 감탄은 시인의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자목련이라는 이름을 반복하며, 시인은 그 존재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재확인한다.

'자목련이 피이인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과 사랑의 본질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자목련이라는 자연적 상징을 통해, 잊힌 과거와의 재회가 얼마나 강렬한 감정과 아름다움을 동반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특히, 시 전체의 구조는 자연과 인간의 내면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띠며,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시인의 철학적 성찰을 내포한다. 자목련은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시인과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시는 세파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사랑과 기억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자연의 강렬한 생명력과 시인의 내면적 고백이 어우러지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감정적 공감과 깊은 사유의 여지를 제공한다. 시백 시인은 단순한 언어가 아닌, 정서적 깊이와 미학적 가치를 통해 삶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구현해 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한 감정을 환기시키는 시적 걸작이다.




시백 시인님께





시백 시인님 의 시 '자목련이 피이인다'를 읽으며 깊은 감동과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시 속에서 드러난 자연과 인간의 내면적 교감은 단순히 아름다움의 표현을 넘어, 우리 삶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자목련이라는 하나의 꽃을 통해 펼쳐진 첫사랑과 기억, 그리고 시간의 초월적 가치는 저를 오래도록 생각하게 했습니다.

특히, "긴 세월 육십 년이 지났지만 넌 아직 나에겐 다섯 살짜리 목련을 담은 까무잡잡한 어린아이"라는 구절에서 시인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정을 간직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하게 되었고, 잊고 있었던 제 어린 시절과 첫사랑의 기억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이렇듯 시인님의 시는 독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감정들을 하나둘 꺼내어 반짝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시를 읽는 동안 자연의 이미지와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조화롭게 엮이는지를 느꼈습니다. 자목련은 단순히 한 송이 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깊은 곳에서 자라난 추억과 사랑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꽃잎 한 장 한 장을 줍는 시인의 모습은 마치 잃어버린 기억과 감정을 하나씩 되찾으려는 노력처럼 읽혔습니다. 그 장면은 저에게도 큰 위로와 깨달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시인의 삶의 철학이 자연 속에서 고난을 견디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사랑을 기억하는 것임을 이 작품을 통해 더욱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가진 치유의 힘과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소중한 기억의 가치를 일깨워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백 시인님의 앞으로의 노정에서도 이와 같은 감동적이고 깊이 있는 작품들이 계속 탄생하길 기원합니다. 자목련처럼 강렬하고도 순수한 그 감정을 오래도록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귀한 시를 통해 제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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