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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구름과 그리고 詩 ㅡ 시인 박건옥

김왕식








하늘과 구름과 그리고 詩




시인 박건옥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드높고 그곳을 통하여
쏟아지는 오후의 빛은 드넓은 누리에
밝음으로 번진다.

구름은 강에서 바다에서 햇빛의 열기로
산화한 물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물보다 가볍기에 하늘에 올라 둥둥 떠갈 때 언제나 이 땅이 그리워
몇 날이 되지 않아 비[雨]로 온다.

하늘과 구름은 늘 우리의
동경憧憬이다.

봄 하늘은 따듯한 바람이
여름하늘은 시원한 바람이
가을하늘은 서늘한 바람이
겨울 하늘은 차디찬 바람이
계절의 전령처럼 우리에게 온다.

구름은 봄 되어 이슬비로
여름날은 폭우로
가을은 높다란 하늘에 매이고
겨울날엔 싸락싸락 진눈 개비로 펑펑 함박눈으로
서정을 담고서 은은히 온다.

하늘과 구름은 우리에겐
삶의 이웃이다.

하늘이 맑으면 담천澹天이요
흐리면 운천雲天이고
개이면 청천晴天이다.

구름은 새털구름, 양털구름
그리고 비구름.

하늘과 구름은 우리의 서정抒情에
정취情趣로 아취雅趣로 흥취興趣로 시詩되어
정감情感을 흔든다.
시詩는 오롯이 이들의 향기香氣이다.

시詩는 하늘과 구름을 말로써
그리는 기호의 표징表徵이다
하늘과 구름이 없다면 운치로 다가오는 시詩가 있을까
시詩는 우리가 언어를 시종侍從으로 부리는
수사修辭의 기법技法이다.

하늘과 구름과 그리고 시詩는
오늘도 어김없이 마음에 남아 그리운 동무처럼
향기를 뿜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건옥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서정성의 조화 속에서 언어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있다. 그의 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자연의 정취와 그것이 인간에게 주는 심미적 감동을 언어로 형상화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특히, 그의 시세계는 자연의 섭리와 언어의 미학적 구현을 통해 삶의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드높고...'는 높은 곳에서 관조하는 하늘의 이미지로 시작하여, 인간의 마음에 밝음을 가져다주는 자연의 풍요로움을 암시한다.
시각적 이미지는 하늘의 '드높음'과 '드넓음'으로 확대되어 독자들에게 무한한 열린 공간감을 제공하며, 자연이 주는 위안과 충만감을 형상화하고 있다.

'구름은 강에서 바다에서 햇빛의 열기로...'는 구름의 형성과 순환 과정을 통해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를 묘사한다. 구름을 '물의 또 다른 이름'이라 표현하며 자연의 순환을 의인화한 점은 시인의 생태학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특히, 구름이 '비로 온다'는 귀결은 자연의 회귀성과 그것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을 암시한다.

'하늘과 구름은 늘 우리의 동경憧憬이다.'는 인간이 자연을 향한 동경과 동화의 본능을 담아낸다. 하늘과 구름은 인간에게 이상적 공간으로서 동경의 대상이 되며, 이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인간 내면의 갈망과 연결된다.

'봄 하늘은 따듯한 바람이...'에서 각 계절의 하늘과 바람이 전령처럼 묘사되며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계절의 변화는 하늘의 다채로운 모습을 통해 형상화되며, 자연이 인간의 삶 속에서 감각적으로 체화됨을 표현한다.

'구름은 봄 되어 이슬비로...'는 계절과 구름의 변화 양상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며, 각기 다른 형태의 구름이 삶에 스며드는 방식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특히 '싸락싸락 진눈깨비'와 '펑펑 함박눈' 같은 구체적 표현은 독자의 감각적 몰입을 돕는다.

'하늘과 구름은 우리에겐 삶의 이웃이다.'는 하늘과 구름이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삶의 동반자적 존재로 다가온다는 철학적 인식을 드러낸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사유한 시인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하늘이 맑으면 담천澹天이요...'는 하늘의 다양한 표정을 구체적으로 명명하며, 자연의 변화가 언어로 표현될 때 지니는 미학적 가치와 운치를 강조한다.

'구름은 새털구름, 양털구름...'은 구름의 다양한 모습을 구체화하며, 시인의 관찰력과 섬세한 표현력을 드러낸다. 구름을 구체적으로 나열함으로써 자연의 디테일에 대한 존중을 표현한다.

'하늘과 구름은 우리의 서정抒情에...'는 하늘과 구름이 서정성과 예술적 흥취를 자극하는 본질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특히 '정취', '아취', '흥취'로 이어지는 반복적 표현은 시적 울림을 더한다.

'시詩는 하늘과 구름을 말로써...'는 시의 본질을 자연에서 발견된 향기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규정한다. 자연과 시가 긴밀히 연결된 시인의 미학적 인식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박건옥 시인의 '하늘과 구름과 그리고 詩'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 속에서 언어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작품이다. 자연을 의인화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점에서 감각적 몰입을 이끌어내며, 시어의 섬세함은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만 일부 표현에서 설명적인 어조가 감상의 여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이를 보완한다면 자연의 이미지와 인간 내면의 교감을 더욱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자연의 조화로움 속에서 시의 본질을 사유하게 하는 탁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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