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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아는 자의 평온함

김왕식








결과를 아는 자의 평온함








축구 경기의 관중석에서 누군가 결과를 알고 있다면 그는 결코 불안하지 않다. 상대 팀의 득점이 터지고, 우리의 패스가 끊기며, 골문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아도 그의 표정은 담담하다. 그는 경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지도, 손을 꼭 쥔 채 입술을 깨물지도 않는다. 모든 과정이 그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경기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자주 잊는다. 현재의 불리함과 실패는 단지 하나의 장면일 뿐임을. 패스 실수 하나에 머리를 감싸 쥐고, 실점 하나에 마음이 무너진다. 과정의 긴장감 속에서 결과를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는, 늘 초조함 속에서 흔들린다. 하지만, 결과를 아는 자는 다르다. 그가 아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승리를 향한 모든 과정이 이미 설계되었다는 확신이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다. 그것은 그의 흔들림 없는 믿음이다.

삶도 그러하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때로는 고난과 실패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궁극의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떨까. 눈앞의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니다.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승리를 향한 과정일 뿐이다. 마치 경기 중의 점수가 한때 밀리는 것처럼 보일 뿐, 최후의 휘슬이 울릴 때 우리는 웃고 있을 것이다.

결과를 아는 자는 고요하다. 그는 불안해하지 않는다. 어떤 돌발 상황도, 어떤 실패도 그의 평온을 흔들지 못한다. 그는 지금의 패배를 넘어설 미래를 본다. 과정 속에서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흔들리지만, 그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승리를 위한 하나의 순간임을.

결과를 아는 삶, 그것은 신뢰 위에 선 삶이다. 신뢰는 우리를 불안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긴장 속에서도 미소 짓게 만든다. 그러니 우리도 결과를 아는 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의 궁극적 결말을 바라보며, 오늘의 고난을 평온히 받아들이자. 승리를 위한 과정 속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자.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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