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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04. 2024

성북동으로 가는 길 ㅡ 시인 정영렬

김왕식








          성북동으로 가는 길


                         시인 정영렬




설레는 나의 마음은
펼쳐진 그대 모습

언제나 다정한 목소리
그 이름 성북동

애틋한 사랑의 마음
골목마다 퍼지네

석양이 물들면
나의 마음 외로워지네

그대는 누구신지요
나를 좀 안아주세요

영원히 함께하실
그대 이름 성북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영렬 시인의 시는 인간의 내면적 갈망과 환경적 조화를 다루는 작품으로, 그의 삶과 철학은 작품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시인은 성북동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장소로 묘사하지 않고, 인간의 정서와 기억, 그리고 사랑과 외로움이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형상화한다. 이 작품은 감각적 이미지와 감성적 언어로 시인의 미적 의식을 드러내며,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설레는 나의 마음은"

첫 행은 시적 화자의 감정적 출발점을 제시한다. 설렘은 새로운 만남이나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정서를 담고 있으며, 이는 시 전체의 정서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설렘'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일반적이라 구체적 이미지가 보강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펼쳐진 그대 모습"

'펼쳐진'이라는 표현은 공간적 확장을 암시하며, 성북동이라는 장소가 화자의 내면에 열리는 심상으로 연결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묘사했다면 시각적 이미지가 한층 더 생생해졌을 것이다.

"언제나 다정한 목소리"

목소리를 통해 성북동의 따스함과 친근함을 상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다정한 목소리'라는 감각적 표현은 공간을 인격화하여 독자와의 정서적 교감을 유도한다.

 "그 이름 성북동"

성북동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화자에게 특별한 정서적 유대를 가진 공간으로 형상화된다. 다만, 반복적으로 강조된 '성북동'의 역할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독창적으로 변주되었으면 좋겠다.

"애틋한 사랑의 마음"

사랑의 감정을 통해 성북동에 대한 화자의 애정을 강조하고 있다. '애틋한'이라는 표현은 그리움과 희망을 모두 품고 있어 감정의 복합성을 드러낸다.

"골목마다 퍼지네"

골목이라는 구체적 공간은 성북동의 실제적인 모습과 정서를 함께 전달한다. 그러나 '퍼지네'라는 표현이 다소 관념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보다 구체적인 동작이나 상황으로 표현했다면 시각적 효과가 강화되었을 것이다.

"석양이 물들면"

석양은 시간성과 정서를 동시에 함축하며, 성북동의 하루가 저물어감을 통해 화자의 내면적 변화가 예고된다. 석양의 구체적 색채나 분위기가 묘사되었다면 감각적 이미지가 더 깊이 다가왔을 것이다.

"나의 마음 외로워지네"

외로움은 설렘에서 시작한 정서가 반전되는 지점이다. 이는 성북동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이상적인 장소가 아닌,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갈등과 연결된 공간임을 암시한다.

"그대는 누구신지요"

여기서 '그대'는 성북동을 초월한 존재로 승화된다. 독자는 성북동이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화자의 내면적 이상향이나 사랑의 대상임을 직감할 수 있다.

 "나를 좀 안아주세요"

이 행은 화자의 내면적 갈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안아주세요'라는 표현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정서적 욕구를 환기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원히 함께하실"

화자의 염원은 단순한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에 대한 열망으로 확장된다. 이는 성북동이 화자에게 단순한 공간적 의미를 넘어선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대 이름 성북동"

마지막 행에서 반복된 '성북동'은 시 전체의 주제를 마무리하며, 장소와 정서, 그리고 화자의 내면적 갈망이 하나로 융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는 장소의 구체성과 내면적 정서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독자로 성북동이라는 공간을 넘어서 보편적 인간 경험을 상상하게 한다. 시인의 언어는 단순하면서도 함축적이어서,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여백을 남겨두었다.
그러나 구체적 이미지가 부족한 부분에서는 독자의 몰입도가 다소 약화될 수 있다. 성북동을 다양한 감각적 요소로 형상화했다면 시의 미학적 완성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는 공간과 감정, 그리고 인간의 내면적 갈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독자에게 잔잔한 여운과 따뜻한 감동을 남긴다.










정영렬 시인님께,





안녕하신지요.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성북동으로 가는 길’을 읽고는 오랜 시간 묻어두었던 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 잠시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성북동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제 가슴이 울렁거리는 걸 보면, 그곳은 여전히 저에게 특별한 장소인가 봅니다.

저는 성북동 산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지금은 깔끔한 도로와 아파트로 변했지만, 제가 살던 그 시절의 성북동은 비탈진 길과 낡은 집들, 그리고 이웃 간의 정으로 가득한 동네였습니다. 산길을 오르내리며 고단했던 생활이 떠오릅니다. 비가 오면 흙길이 미끄러워 넘어지기 일쑤였고, 겨울이면 찬바람이 집 안을 훑고 지나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성북동은 저에게 단순히 가난했던 장소만은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기억과 사랑이 깃든, 삶의 뿌리 같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시인님의 시 속에서 ‘언제나 다정한 목소리’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저 역시 성북동 골목마다 울려 퍼지던 이웃들의 소리가 떠올랐습니다. 아침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빵집에서 찐빵 사 왔어요”라고 외치던 소리, 저녁이면 서로의 집에 된장찌개를 나누어 먹던 기억들. 성북동의 골목은 그 다정한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시인님께서 그리신 다정한 목소리는 어쩌면 저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던 마음을 대변한 것 같습니다.

특히 “애틋한 사랑의 마음”이라는 표현에서는 제가 기억하는 성북동 사람들의 따뜻함이 떠올랐습니다. 가난한 형편 속에서도 서로를 챙기고, 웃음을 잃지 않았던 어른들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어린 제가 넘어져 울 때마다 동네 아주머니가 달려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주셨던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성북동이라는 이름은 저에게도 그런 애틋한 사랑의 마음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시의 후반부에서 “석양이 물들면 나의 마음 외로워지네”라는 구절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화자의 외로움은 어린 시절 힘겨웠던 제 감정과 닮아 있었습니다. 밤이면 성북동의 집들은 어둠 속에 잠기고, 길가에는 희미한 가로등만이 깜빡였습니다. 그 어두운 풍경 속에서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시인님의 시 속 화자도 저처럼 성북동의 그늘과 빛을 모두 느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대는 누구신지요”라는 물음은 제게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시인님께서 성북동을 ‘그대’로 의인화하신 표현은 독자인 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에게 성북동은 고향이자 제 삶의 토대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곳은 제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기다리며, 때로는 따뜻하게 품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성북동은 단순한 지명을 넘어, 우리 각자의 삶에서 잊을 수 없는 누군가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님께서 이 시를 통해 성북동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 주신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시를 통해 제 어린 시절의 기억과 고통, 그리고 사랑과 희망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성북동은 많이 변했겠지만, 제 마음속 성북동은 여전히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인님께서 앞으로도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담은 시를 많이 써 주시길 소망합니다. 성북동이 시인님의 마음속에, 그리고 제 기억 속에 언제까지나 다정한 목소리로 남기를 기원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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