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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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외딴집
시인 안최호
멀리 바라보며 다가간다
희미한 불빛 따라가는 오솔길 끝,
언덕 위 외딴집.
호롱불, 바람에 흔들리고,
어머니의 다듬잇방망이 소리
희미하게 귀를 스친다.
화롯불 속 군고구마 익어가고,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하품은 멈출 줄 모르네.
지친 하루, 고구마 익는 기다림 속
작은 행복을 꿈꾸다
졸음에 서서히 져간다.
꺼져가는 호롱불,
적막한 밤의 끝자락에서
나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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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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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최호 시인의 작품은 인간 삶의 본질과 일상 속 행복의 소중함을 탐구한다. 그의 철학은 간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기쁨을 중심으로 하며, 이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미의식과 깊은 연관을 맺는다.
이 시는 특히 따뜻한 추억과 사소한 순간이 주는 위로를 정교하게 담아내며, 독자로 일상의 가치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그의 언어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진솔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멀리 바라보며 다가간다 /
희미한 불빛 따라가는 오솔길 끝,
언덕 위 외딴집."
첫 구절은 시적 화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중심으로 고요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희미한 불빛"은 외딴집의 고독과 따뜻함을 동시에 암시하며, "오솔길"은 그곳으로 이끄는 연결의 통로 역할을 한다. 여기서 시인은 고립된 공간의 따뜻한 정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호롱불, 바람에 흔들리고, /
어머니의 다듬잇방망이 소리
희미하게 귀를 스친다."
이 부분은 시각과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생생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에 흔들리는 호롱불은 외딴집의 취약함과 함께 지속적인 생명의 상징으로 읽힌다. 어머니의 방망이 소리는 과거의 정겨운 추억을 환기시키며, 시인이 추구하는 소박한 삶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화롯불 속 군고구마 익어가고, /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하품은 멈출 줄 모르네.""
여기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따뜻한 일상 속 안정감을 준다. "화롯불"과 "군고구마"는 물리적 따뜻함과 정서적 안정을 상징하며, 피곤한 하루를 보내는 화자의 상태와 연결된다. 이 부분은 일상의 반복적 리듬이 주는 안락함을 잘 보여준다.
"지친 하루, 고구마 익는 기다림 속 / 작은 행복을 꿈꾸다 졸음에 서서히 져간다."
작은 행복을 꿈꾸며 졸음에 빠져드는 과정은 단순한 기다림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삶의 안식처를 시적으로 그린다. 화자가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며 느끼는 이 순간은 독자에게 삶의 소박한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꺼져가는 호롱불, /
적막한 밤의 끝자락에서
나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종결부는 전체 시를 마무리하며, 호롱불이 꺼져가는 이미지는 외딴집의 고요한 정취를 강조한다. 동시에 이는 하루의 끝과 생의 작은 안식을 상징적으로 암시하며 시의 여운을 남긴다.
이 시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위안과 평온을 담백하게 그린다. 특히, 정감 어린 표현과 생생한 감각 묘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과거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하품은 멈출 줄 모르네"와 같은 부분은 다소 단순한 표현으로 인해 시의 깊이를 방해할 수 있다. 이를 대신해 "피곤한 숨결이 깊어지고"와 같이 시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표현을 제안한다.
안최호 시인의 작품은 일상 속 소박함을 넘어 삶의 철학적 사유로 확장되는 힘을 지닌다. 이 시는 단순한 언어 속에서 삶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