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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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광고
시인 백영호
"뼈만 빼고
다 빼 드림"
버스 타려
기다리는데
정류장 벽에 붙은
광고 문구
이리도 쉽게 빠질
뱃살이었다면
이 세상 비만
진작에 사라졌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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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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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은 현대인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 현실적이고도 풍자적인 시각을 통해, 일상의 단면을 선명하게 포착한다. 그의 시세계는 소소한 소재에서 삶의 본질을 끌어내며, 독자로 무심코 지나쳤던 현실의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과장광고'는 단순한 광고 문구를 매개로 현대인의 욕망과 허망함을 간결하고도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이다.
"뼈만 빼고 /
다 빼 드림"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과장된 문구다. 이 문장은 소비자 욕망을 자극하는 상업 광고의 허구성과 현실성을 폭로한다. '뼈만 빼고'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인간의 몸에 대한 지나친 욕망과 왜곡된 가치관을 반영하며, 현대 사회가 얼마나 외모에 집착하는지를 풍자한다.
또한, 이 문장은 과장 광고의 본질을 한눈에 드러내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비판적 시각을 가지게 한다.
"버스 타려 /
기다리는데"
일상적 상황 속에 이 문구가 배치됨으로써 현실감이 더해진다.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은 누구나 겪는 일상이며, 이는 시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독자가 이 상황을 떠올리며 광고의 허구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일상적 배경을 통해 삶의 진정성과 상업주의의 허위를 교묘하게 대비시킨다.
"정류장 벽에 붙은 /
광고 문구"
광고 문구가 위치한 장소는 정류장 벽으로, 이는 공공성과 개인적 욕망의 경계선을 암시한다. 정류장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가는 곳이며, 그곳에 부착된 광고는 모두에게 보편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이로써 개인적 욕구와 사회적 메시지의 연결성을 암시하며, 독자가 그 속에 담긴 아이러니를 깨닫게 한다.
"이리도 쉽게 빠질 /
뱃살이었다면"
여기서부터 광고 문구에 대한 반응과 시인의 비판적 시각이 구체화된다. '쉽게 빠질'이라는 표현은 광고의 비현실성을 풍자하며, 인간의 욕망과 노력의 간극을 드러낸다. 동시에 이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간편함과 즉각적인 성과를 추구하는지를 반영한다. 시인은 독자에게 비현실적 기대와 현실의 불일치를 상기시키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세상 비만 /
진작에 사라졌을 터."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은 과장 광고의 허구성과 허망함을 직접적으로 꼬집는다. '비만'이라는 주제는 현대 사회에서 주요한 건강 이슈로, 이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상업적 논리가 얽힌 복잡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히 비판에 그치지 않고, 비현실적 기대를 내려놓고 현실을 직시할 것을 권유한다.
백영호의 시 '과장광고'는 현대 사회의 욕망과 상업주의를 풍자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일상 속에서의 자기 성찰을 유도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단순한 광고 문구를 통해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허상을 조명하며, 독자로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시의 긍정적 측면은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언어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류장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더 깊게 확장하거나, 광고 문구와 개인의 내적 갈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면 시의 감정적 울림이 더 커졌을 것이다.
요컨대, 이 작품은 단순한 일상적 소재를 통해 보편적이고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독자에게 현실을 재해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시인의 예리한 관찰력과 풍자적 표현은 작가 특유의 독창성을 담아낸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