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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06. 2024

꽃잎보다 얇은 삶  ㅡ  강문규

김왕식









              꽃잎보다 얇은 삶
                                 
                                 



                            시인 강문규




떨어진 낙엽은
집 잃은 집시 되어
쓸쓸히
이름 모를 곳으로 사라지겠지

등 뒤에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초라히 사라지는  
고독한 집시 인생될까 걱정이다

꽃잎보다 얇디얇은 삶
너도 사랑하고
나도 사랑하자

우리 청춘 엊그제인데 회상 속에 가슴이 슬피 운다

너무 얇고도 가벼운
연기 같은 인생길 걸어왔구나

어제는 과거다
오늘은 삶이고
내일은 기약 없는 미래다

삶은 꽃잎보다 얇다
서로 용서하고
사랑해도
오늘은 아까울 뿐이다

꽃잎보다 얇은 삶이기에
이 순간
너와 내가 아닌
둘이 하나가 되자

꽃잎보다 얇은
너와 나의 삶
방랑자 같은 집시 인생으로 길을 나서지 말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문규 시인은 인생의 덧없음과 인간 존재의 가벼움을 섬세하게 조명하며, 이를 통해 사랑과 화합의 가치를 역설하는 작품 세계를 펼친다.
그의 시 '꽃잎보다 얇은 삶'은 인생의 본질적인 허무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할 필요성을 노래한다. 시인은 짧고 간결한 언어를 통해 깊이 있는 철학적 성찰을 유도하며, 동시에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창출한다.
본 평석에서는 시의 각 행을 다층적으로 분석하여, 작품이 지닌 미학적·철학적 가치를 탐구한다.

“떨어진 낙엽은 /
집 잃은 집시 되어 /
쓸쓸히 /
이름 모를 곳으로 사라지겠지”

낙엽은 이 시에서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며, “집 잃은 집시”라는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불안정한 삶을 비유한다. 낙엽의 ‘쓸쓸함’과 ‘사라짐’은 한 개인의 무상함과 세상에서의 흔적 없는 소멸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구절은 독자의 정서를 환기하며 시의 감성적 출발점을 마련한다. 그러나 “이름 모를 곳”의 모호함이 지나치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선명한 이미지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등 뒤에 불어오는 /
세찬 바람에 /
초라히 사라지는 고독한 집시 인생 될까 걱정이다”

등 뒤의 “세찬 바람”은 외부의 강력한 힘과 시련을 상징하며, 인간이 겪는 외적 압박과 내적 고독을 동시에 암시한다. ‘고독한 집시 인생’이라는 표현은 주체를 분명히 하지 못한 채 공허감을 전달한다.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했더라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꽃잎보다 얇디얇은 삶 /
너도 사랑하고 /
나도 사랑하자”

‘꽃잎보다 얇다’는 삶의 연약함을 강조하며, 이로 인해 사랑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너’와 ‘나’라는 대상은 시인이 인간 모두를 포괄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부분은 시 전체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강점이 있다.

“우리 청춘 엊그제인데 /
회상 속에 /
가슴이 슬피 운다”

청춘의 덧없음에 대한 회한과 슬픔이 담겨 있다. “회상 속에”라는 표현은 과거로의 회귀를 암시하며, 청춘의 시간적 가치를 깨닫게 한다. 그러나 ‘가슴이 슬피 운다’는 표현이 다소 상투적이며, 보다 신선한 어휘 선택이 필요하다.

“너무 얇고도 가벼운 /
연기 같은 /
인생길 걸어왔구나”

삶을 ‘연기’에 비유한 부분은 시인의 비유적 언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인간 존재의 허무함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인생의 덧없음을 극대화한다.

“어제는 과거다 /
오늘은 삶이고 /
내일은 기약 없는 미래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단순한 진술이지만, ‘기약 없는 미래’라는 표현은 인생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오늘의 삶에 충실해야 함을 암시한다. 다만, 지나치게 평이한 표현이 시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삶은 꽃잎보다 얇다 /
서로 용서하고 /
사랑해도 오늘은 아까울 뿐이다”

삶의 본질적 연약함 속에서 사랑과 용서의 가치를 재차 강조한다. “오늘은 아까울 뿐이다”라는 표현은 독자에게 시의 주제를 실감 나게 전달하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꽃잎보다 얇은 삶이기에 /
 이 순간 /
너와 내가 아닌 /
둘이 하나가 되자”

‘둘이 하나가 되자’는 화합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이 시가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너와 내가 아닌”이라는 표현의 해석이 다소 모호하여 의미 전달에 약간의 혼란을 줄 수 있다.

“꽃잎보다 얇은 /
너와 나의 삶 /
방랑자 같은 집시 인생으로 길을 나서지 말자”

마지막 행은 삶의 방황과 고독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구절은 시의 주제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며, 독자로 삶의 방향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강문규 시인의 '꽃잎보다 얇은 삶'은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이를 꽃잎, 연기, 집시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표현해 사랑과 화합의 중요성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인은 간결하고 직설적인 언어를 통해 독자에게 철학적 통찰을 유도하면서도, 감성적인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곳곳에서 지나치게 일반적인 표현이 등장하여, 시의 독창적 깊이를 방해하고 긴장감을 약화시키는 점이 아쉽다.

예를 들어, “쓸쓸히 이름 모를 곳으로 사라지겠지”와 같은 구절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는 평범한 진술에 그친다. 이 표현은 더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통해 강화될 수 있다. “쓸쓸히 이름 모를 곳” 대신, “쓸쓸히 황혼의 골짜기로 흩어지는 낙엽”과 같은 묘사는 독자에게 시각적 생동감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가슴이 슬피 운다”와 같은 표현도 다소 상투적이다.
이를 “청춘의 흔적이 가슴속 깊이 물결친다”와 같은 비유적 표현으로 수정한다면, 감정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시된 “너와 내가 아닌 둘이 하나가 되자”는 화합과 연대를 강조하지만, 의미 전달이 모호해 독자가 메시지를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 “너와 내가 함께 엮는 삶의 꽃다발”과 같은 표현으로 수정하면, 시의 주제를 더 명확히 하고 독자와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다.



강문규 시인의 비전 제시




1. 구체적 이미지 강화

시 전반에서 사용된 상징적 이미지를 보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한다면, 독자의 상상력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낙엽, 바람, 꽃잎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시각적·청각적 묘사를 풍성하게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언어의 신선함 추구

감정을 전달하는 구절에 상투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독창적이고 비유적인 어휘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의 철학적 메시지가 더욱 설득력 있고 인상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3. 구조적 긴장감 부여

시의 흐름이 일정한 리듬과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내용 전개에서 다소 단조로운 부분을 정리하고 반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초반의 고독과 허무에서 사랑과 화합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더 극적으로 전개한다면 시적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다.


4. 보편적 공감대 확장

독자가 시인의 철학과 감성을 더욱 친밀히 느낄 수 있도록, 삶의 연약함과 허무를 다룰 때 개인적 체험이나 구체적 사례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시의 메시지가 독자의 현실적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다.


강문규 시인의 작품은 이미 철학적 메시지와 감성적 울림을 담고 있으나, 구체적 이미지와 신선한 언어를 통해 보다 풍부한 깊이와 독창성을 더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보완점을 반영한다면, 그의 시는 독자의 마음속에서 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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