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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07. 2024

우리  엄마 휘어진 허리

김왕식






  

                        우리  엄마 휘어진 허리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날, 우리의 엄마들은 다시금 김장을 준비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배추를 절이고, 소금물에 담그고, 양념을 만든다. 그 모든 과정은 시간과 정성을 요구하지만, 엄마들은 이를 멈추지 않는다. 가족의 겨울 밥상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 수고는 자연스레 엄마의 허리를 굽게 만들었다. 허리는 굽어도, 그 손길로 만들어진 김치는 매년 우리 식탁에 올라 따뜻함을 더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변화는 불가피하게 찾아온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들네 며느리는 김장김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집 안에 퍼지는 강한 김치 냄새가 부담스럽고, 냉장고 한쪽을 차지하는 김치통도 성가시게 느껴진다. 그녀에게 김장김치는 고생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남는 음식물 쓰레기에 불과하다. 결국, 손수 담근 김치는 냉정히 음식물 쓰레기 폐기장으로 버려지고 만다.

이 모습을 본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손끝으로, 허리로 만들어 낸 김치가 가족의 밥상이 아닌 쓰레기 더미 위에 놓인 모습을 보며 느끼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며느리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김장을 위해 허리가 굽도록 수고한 엄마의 노고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랑을.

엄마의 허리가 펴지는 것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쯤일까. 굽은 허리가 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간이 필요할까, 아니면 가족의 이해와 따뜻한 마음이 더 필요한 것일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굽어진 허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고통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한 가족을 위한 헌신과 사랑의 흔적이다. 엄마의 허리는 오랜 시간 동안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결과이며, 그 안에는 희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가족의 무심함과 세대 간의 단절은 그 사랑을 오히려 고통으로 변질시킨다. 며느리가 김치냄새를 불쾌해하며 버리는 순간, 김치는 단순히 음식을 넘어 엄마의 헌신을 담은 사랑이었음을 잊고 만다. 그것은 단지 냄새가 아니라,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전해주려 했던 전통과 정서였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단지 김치가 버려졌다는 슬픔을 넘어, 세대 간의 공감을 재확립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허리가 굽도록 만든 김치가 단지 쓰레기로 버려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정성을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냄새나 공간 문제를 넘어서, 우리에게 전해진 그 손맛과 따뜻함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굽어진 허리는 가족을 위한 사랑의 상징이다. 그 허리가 봄바람에 펴지길 바라기 전에, 우리는 그 굽어진 이유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엄마의 허리를 펴주는 것은 단지 시간이 아니라, 가족의 따뜻한 마음과 존중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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