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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08. 2024

말로 빚어낸 오해








                           말로 빚어낸 오해





말은 바람처럼 가볍다.

숨결에 실려 나오는 한 줄기의 음성, 그러나 그 뒤에는 바위만큼 무거운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다. 말은 언뜻 보면 투명하다. 그러나 말과 말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 그림자는 때로 진실을 삼키고, 때로는 가느다란 오해의 씨앗이 된다.

말은 뜻을 담고 있지만, 뜻은 듣는 이의 마음을 따라 달라진다. 같은 단어라도 듣는 이의 삶의 무늬에 따라 전혀 다른 빛깔로 물든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날 선 칼로 들리기도 한다. 그렇게 빚어진 오해는 관계라는 도자기에 흠집을 낸다. 그 흠집은 처음에는 미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틈을 통해 마음의 금이 퍼져 나간다.

말은 돌이킬 수 없다.

한 번 뱉어진 말은 공중으로 흩어지고, 다시는 붙잡을 수 없는 먼지가 된다. 사람들은 때로 오해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말은 꼬리를 물며 더 큰 오해를 낳는다. 말의 의도와 다르게 퍼져가는 그 경로는 한밤중에 자라는 덩굴처럼 예측할 수 없다. 결국 오해는 사람들 사이에 벽을 세우고, 서로를 멀리하게 만든다.

모든 말이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오해가 풀어지는 순간, 사람들 사이에는 더 깊은 이해와 화해가 싹튼다. 오해가 벽을 허물고,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 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오해는 여전히 인간의 한계를 드러낸다. 말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언어는 늘 무언가를 담지 못하고 흘려보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침묵을 배운다. 침묵 속에서 말로 빚어내지 못했던 마음을 전한다. 침묵은 모호함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 모호함 속에서 더 큰 여지를 준다. 어쩌면 말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오해의 도구일지도 모른다. 침묵은 그 욕망을 내려놓게 하며, 오히려 마음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결국, 말로 빚어진 오해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작은 서사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완전하지 않기에, 우리는 말하고, 오해하고, 다시 이해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조금 더 깊어진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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