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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마음

김왕식









용서의 마음





용서는 마치 묵은땅을 갈아엎는 농부의 손길과 같다. 단단히 굳은 흙을 고르고 돌멩이를 골라내며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뿌려질 자리를 마련한다. 잘못과 아픔은 한겨울 얼어붙은 땅과도 같다. 그 위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고, 상처는 스스로를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그러나 용서란 그 얼어붙은 땅을 녹여 부드럽게 만드는 햇살과 같다. 용서로 인해 마음의 땅에 봄이 찾아온다.

용서의 마음은 또한 강물과도 같다. 흙탕물이 들끓던 강은 시간이 지나며 잔잔한 물결을 되찾고 맑은 강바닥을 드러낸다. 한때 서로를 마주하기조차 힘들었던 관계 속에서도 용서는 흐르는 물처럼 감정의 찌꺼기를 씻어내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강물은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용서의 마음은 강물처럼 흘러가며 이내 자신을 순화시키고, 타인을 받아들일 여유를 찾는다.

용서는 결코 약한 자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받은 고통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강인한 자의 행위다. 용서의 마음은 스스로를 묶어 두던 분노와 원망의 사슬을 끊어낸다. 상대를 용서할 때, 결국은 나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용서를 통해 우리는 더 이상 과거에 갇히지 않고 현재를 살게 된다.

용서는 또한 시간과 정성을 요구한다. 억지로 잊으려 하거나 과정을 생략하려 할 때, 용서는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씨앗이 자라 꽃을 피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듯, 용서 역시 서두름이 아닌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종종 용서를 완벽한 화해나 관계의 회복으로 착각하지만, 진정한 용서는 마음 깊은 곳에서 묵묵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아도, 그 마음이 닿지 않아도, 용서는 나를 위한 길이다.

결국, 용서란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그 길 끝에는 봄처럼 따뜻한 평화와 강물처럼 잔잔한 위안이 있다. 용서를 통해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의 깊이를 더하고, 서로를 더 이해하며, 마침내 마음의 평온에 이른다. 용서의 마음은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며,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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