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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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추억
시인 윤동주가 그리운 밤이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던 기억들을 끌어올린다. 별 하나, 별 둘,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헤아리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속에는 오래된 이름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저 별은 어린 시절의 동무와 같고, 그 옆의 흐릿한 별은 첫사랑의 흔적이다. 각각의 별이 누군가의 이름을 달고 빛나고 있는 듯하여, 그 이름들을 속으로 조용히 불러본다.
가장 밝게 빛나는 별에는 어머니의 이름을 붙였다. 나를 품어주던 손길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이름이다. 그 옆에 나란히 있는 별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적는다. 때론 멀게 느껴지던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언제나 나를 지켜주던 그 묵묵한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별들도 있다. 그 이름들은 짓궂은 장난으로 웃고 떠들던 동무들의 것이거나, 처음 읽은 동화책 속 주인공의 이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꿈꾸던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었던 누군가의 이름일지도.
이렇게 추억 속의 이름을 붙이고 나면, 별 하나하나가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들은 단순히 밤하늘에 떠 있는 무리가 아니라, 내 삶의 한 조각들을 담고 있는 기억의 도화지다. 그 도화지 위에는 기쁨과 슬픔, 희망과 그리움이 한데 얽혀있다.
별을 세는 일은 결국 내 마음의 조각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 보는 일이 된다. 이 세상의 별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 와도, 그 별들에 붙여진 이름과 기억들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밤하늘을 바라본다. 별 하나, 별 둘, 그리고 이어지는 끝없는 추억의 이름들.
1991, 11, 14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