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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의 두 손가락과 아이들의 V자, 노영선 작가

김왕식









담임 선생님의 두 손가락과 아이들의 V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초등학교의 아침은 언제나 분주했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교복을 정리하는 아이들, 다른 한쪽에서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국기 게양식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줄을 맞춰 서고, 교장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으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다. 그러나 1학년 5반 아이들의 자세는 조금 달랐다. 그들은 손을 가슴에 얹는 대신, 엄지와 검지로 브이(V) 자를 만들어 왼쪽 가슴에 대고 있었다.

이를 본 다른 학급의 교사들은 의아했다. 어떤 교사는 웃으며 말했다.
"1학년 5반은 정말 독특하네요. 그 브이자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하지만 이들의 독특한 행동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담임 선생님, 노영선 선생님의 영향이었다.

노영선 선생님은 늘 밝은 미소로 교실을 가득 채우는 분이었다. 그녀의 유머와 따뜻한 말투는 아이들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그녀에게는 한 가지 독특한 습관이 있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손을 펴지 않고 엄지와 검지로 브이자를 만들어 가슴에 댔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이 행동을 의아해했지만, 곧 따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하니까 우리도 해요!"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브이자를 만들었다. 어느새 1학년 5반의 모든 아이들은 국기 게양식에서 브이자로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학급의 아이들 역시 "우리도 저렇게 해보자!"며 따라 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구요.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때 브이자를 만든다나요?"
"선생님이 가르쳤다던데, 왜 그런 거죠?"

학부모들은 점점 궁금해졌다. 그래서 몇몇 부모님이 학교를 찾아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요청했다.
"선생님, 아이들이 왜 브이자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지 궁금해서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노영선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부모님들은 그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선생님의 오른손에는 엄지와 검지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 손가락 세 개는 사고로 잃었다고 했다. 선생님은 담담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 사고로 손가락을 잃었어요. 손가락이 두 개뿐이라도, 저는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요. 브이자는 제 방식대로 아이들에게 존중과 사랑을 가르치는 상징이에요."

그녀의 손가락에는 작은 손톱이 있었고, 그 손톱에는 밝은 핑크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아이들이 제 손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예쁜 색으로 칠해 봤어요. 아이들이 이 브이자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은 부모님 중 한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밝고 긍정적인 분이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주셔서요."

그날 이후, 노영선 선생님의 이야기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특별한 분인지 알게 된 부모님들은 그녀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선생님을 따라 브이자를 만들었다.

"선생님, 저도 오늘 예쁜 매니큐어를 칠했어요!"
"선생님, 제 손톱도 브이자처럼 꾸며 주세요!"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의 작은 손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따뜻함을 느꼈다. 노영선 선생님은 그들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러분은 언제나 세상을 밝히는 빛과 같아요. 여러분이 만든 브이자는 여러분만의 특별한 마음을 세상에 전하는 방법이에요."

1학년 5반의 아이들은 선생님을 "학교에서 만난 또 다른 엄마"라고 불렀다. 노영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사랑과 존중을 가르치는 데 손가락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녀의 두 손가락은 단순히 사고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긍정의 상징이었고, 아이들에게는 꿈을 키우는 희망이었다.

이 이야기는 선생님의 용기와 사랑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 따뜻한 울림을 남겼다.
아이들이 만든 브이자처럼, 노영선 선생님은 모두에게 밝은 빛이 되어 주었다.






존경하는 노영선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찾아뵈었던 1학년 5반 아이의 학부모입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선생님께 불편을 드리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날 저는 아이가 집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연습하며 엄지와 검지로 브이자를 만들어 가슴에 대는 모습을 보고 의문이 들어 학교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자세를 취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혹여 잘못된 습관이 아닐까 하는 염려에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충분히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그날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저는 예상치 못했던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오른손을 들어 보여주시던 순간, 저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사고로 인해 손가락을 잃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밝은 웃음을 잃지 않으셨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 주시려는 마음을 가지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두 손가락에 칠해진 밝은 색의 매니큐어를 보며 선생님의 깊은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셨다는 사실이 놀랍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제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선생님을 판단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이가 선생님을 더 존경하게 되었음을 느낍니다. “우리 선생님은 진짜 멋져요! 손톱에 매니큐어도 예쁘게 칠하시고, 항상 웃고 계세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선생님께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빛을 심어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하시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통해 단순히 공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긍정으로 바꾸는 방법을 배우고,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웁니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두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어요.”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얼마나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아이에게도 이야기를 들려주며,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브이자로 맹세를 할 때, 그 안에 담긴 깊은 뜻을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용기와 따뜻함은 단순히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인 저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주시는 사랑과 가르침이 지속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선생님처럼 어려움을 딛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시는 분이 아이들에게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 역시 선생님을 통해 배운 가치를 제 삶에 적용하며, 아이에게도 더 좋은 본보기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느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이 글이 부족할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이 편지를 통해 제가 얼마나 존경과 감사를 느끼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께서 건강하시고, 아이들과 함께 밝고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언제나 선생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아이의 어머니 드림





노영선 선생님의 스승상을 기리며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아이들의 내면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노영선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도 참된 스승의 모습을 구현하며 우리 학교의 귀감이 되어 주셨습니다. 제가 교장으로서 노 선생님과 함께 일하며 목격한 모습들은 한 마디로 "스승의 본질"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였습니다.

노 선생님은 늘 학생들 곁에서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교실에서는 물론이고 운동장, 복도, 심지어 점심시간의 급식실에서도 아이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책임감을 넘어 아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이러한 태도는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신뢰와 존중을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며 배려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특히, 노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긍정과 희망의 자세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 손에 사고로 인해 손가락 세 개를 잃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이를 결코 불편함으로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남은 두 손가락으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며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때, 엄지와 검지로 브이자를 만들어 가슴에 대는 모습은 단순한 행동을 넘어 삶에 대한 태도를 상징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삶의 어려움은 극복의 시작점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방법으로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노 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단순히 행동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님들과의 면담에서도 그 진심이 드러났습니다. 어떤 학부모님이 아이들의 독특한 행동에 의문을 품고 찾아왔을 때, 선생님께서는 진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는 노 선생님께서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깊은 교육관을 지니고 계신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노 선생님의 가르침은 아이들뿐 아니라 동료 교사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교사 회의나 워크숍 자리에서 선생님은 늘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시며, 학생 중심의 교육 철학을 제안하셨습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학생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듣는 교육”이라는 철학은 우리 학교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선생님의 실천적인 교육 방식을 보며 많은 교사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노 선생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교실 밖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특히 선생님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대해 깊은 이해와 배려를 보여주셨습니다. 학부모 상담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일입니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의 빛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 빛이 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 교사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선생님이 매일 실천하시는 교육 철학이었습니다.

또한, 노 선생님께서는 예술을 통한 교육에도 특별한 열정을 가지셨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미술 시간을 활용해 서로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셨는데, 이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고 감정적 소통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손가락을 이용해 브이자를 그리며 선생님을 그린 그림들은 여전히 학교 복도에 전시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 그림에는 아이들이 느끼는 선생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노 선생님은 단순히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등대와 같은 분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선생님의 긍정적인 태도와 깊은 사랑은 우리 모두에게 삶의 방향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귀중한 교훈이 되었습니다.

저는 노영선 선생님과 함께 일하며, 진정한 스승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열정은 우리 학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노 선생님께서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나눠주시길 바라며, 그동안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존경과 감사를 담아,
교장 드림







노영선, 스승의 길을 걷다





한 손 가득 교과서를 들고, 다른 손엔 아이들의 미래를 그리던 노영선.
그의 시작은 작은 교실이었다. 교육대를 졸업하고 첫발을 내디딘 그곳에서, 그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품었다. 단순한 직업이 아니었다. 그에게 교육은 곧 삶이었다.

때로는 분필가루가 묻은 손으로, 때로는 아이들의 고민을 적은 편지를 읽는 눈빛으로, 그는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었다. 일선 교육 현장은 그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스승이란 무엇인가?”
노영선은 그 질문을 놓지 않았다. 그는 배우고, 연구하며, 매일 새로워지는 교육의 길을 열었다. 책장 위에 쌓이는 자료들은 그의 열정을 증명했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하는 순간들은 그의 삶을 채웠다.

세월이 흘렀다. 그는 교단 위에서, 때로는 교무실에서, 아이들과 동료들의 미래를 고민했다. 아이들의 작은 손길이 그의 발걸음을 따라왔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 꿈과 희망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그는 교장의 자리에 올랐다.

노영선에게 교장이란 단순한 직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교육철학이 실현되는 또 하나의 무대였다.
그의 철학은 단순했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의 빛을 품고 태어난다. 스승의 역할은 그 빛을 찾아내고, 더 크게 비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았다. 손길이 필요한 곳에 그의 손은 늘 닿아 있었다.

그의 삶은 헌신이었다. 책상 위에서 쏟아낸 밤들은 다음 날의 수업을 밝히는 빛이 되었고, 회의실에서의 치열한 고민은 동료 교사들에게 방향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더 따뜻한 스승, 동료들에게는 믿음직한 동반자였다.

노영선의 삶의 가치는 단순했다.
“사람을 사랑하라. 꿈을 응원하라. 교육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그는 수없이 많은 씨앗을 뿌렸다. 어떤 씨앗은 늦게 싹을 틔웠고, 어떤 씨앗은 폭우 속에서도 견디며 자라났다. 그리고 그 씨앗들은 모두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노영선. 그는 오늘도 아이들을 기억한다. 한 손엔 여전히 책을 들고, 다른 손엔 아이들의 미래를 쥔 채로. 그의 발걸음은 그치지 않는다. 스승으로, 연구자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의 길은 끝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내가 남긴 것은 흔적이 아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준 것은 그들 스스로의 빛이다.”
그 빛은 여전히, 세상을 환히 비추고 있다.


노영선 선생의 전주교육대
동기생이며, 한평생 같은 교육의 길을 걸어온 동료 드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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