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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별과 어머니의 손

김왕식










새벽의 별과 어머니의 손






신새벽, 보따리를 이고 떠나는 어머니의 발걸음은 겨울 새벽바람처럼 무겁다. 십 리 길을 걷는 동안, 그 발걸음은 얼어붙은 대지를 조심스레 밟는다.
자리 경쟁에 밀려 시장통 구석,
외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물건을 내놓는 어머니의 손은 이미 차갑게 언 채로, 하루의 첫 손님을 기다린다.

손님은 쉽게 오지 않는다. 간혹 발길이 멈추는 손님도 흥정을 걸어온다. 흥정은 전쟁과도 같다. 어머니는 마수걸이를 위해 가슴속 한숨을 삼키며 부드럽게 말한다. "많이 줄 테니, 깎지는 말아주오."
손님은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물건을 내려놓고 돌아선다. 어머니는 그런 손님이 뒤돌아서는 모습에서 생계를 위한 무거운 현실을 마주한다.

손님이 떠난 자리엔 고요만 남고, 어머니는 언 손을 비비며 하루를 견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남은 물건은 떨이로 처리해야 한다. 차가운 길을 돌아서며 어머니의 시선은 하늘로 향한다. 성근 별빛은 희미하게 빛나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그 빛조차 눈물로 일렁인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어머니의 모습엔 묵묵한 삶의 흔적이 배어 있다. 그녀의 눈망울에 맺힌 이슬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그것은 아픔과 희망, 그리고 묵묵히 걸어온 세월의 무게를 품고 있다. 별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묵은 한숨을 뱉고,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 별은 어머니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는 유일한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손은 얼었지만, 그 손으로 펼쳐진 보따리에는 가족을 위한 희생과 사랑이 담겨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그날, 그녀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무게를 온몸으로 짊어진 존재였다. 손님과의 흥정에서 얻어내는 것은 몇 푼의 돈일지라도, 그것은 우리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평온한 하루를 안겨주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별을 바라보며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의 결심을 한다. 내일도 다시 보따리를 이고, 십 리 길을 걸어가리라. 그녀에게 하늘의 별은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었다. 어머니의 발걸음마다 새겨진 한숨과 이슬은 곧 사랑의 흔적이다.

성근 별빛 아래, 어머니는 늘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는 그 별빛처럼 어머니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때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녀가 하늘을 향해 바라본 별은 단지 별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을 향한 간절함이며, 내일을 버티게 하는 빛이었다.

어머니의 꽁꽁 언 손끝에서 시작된 삶의 무게는, 이제 우리에게 전해졌다. 그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별을 바라보며 고요히 웃었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진실을 배운다. "견디며 살아라." 어머니의 침묵은 그렇게 말을 걸어온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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