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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13. 2024

기도하는 소녀

김왕식







             기도하는 소녀





서너 살 무렵, 세상은 어린 에게 냉혹했다. 부모를 잃은 사고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잔인한 운명의 흔적은 선명히 남아 있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 그녀를 따스히 품어준 사람은 할머니였다. 그리고 이제 그 할머니는 병상에 누워 암과 싸우고 있다.

열 살의 작은 몸은 할머니를 돌보며 세상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용변을 받아내고, 얼어붙은 손으로 빨래를 짜고, 작은 손으로 밥상을 차린다. 어린 손에 짊어진 짐은 무겁고, 겨울바람은 그녀의 뺨을 시리게 할 만큼 날카롭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번진다.

는 울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 감사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간절히, 그리고 믿음으로.

"하나님, 할머니를 낫게 해 주세요."

기도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지만, 그 손바닥 위에 담긴 마음의 무게는 어른조차 헤아릴 수 없다. 밤하늘의 별처럼 고요한 그 마음은, 누구도 꺼뜨릴 수 없는 희망으로 빛난다.

희미한 전구빛 아래에서 할머니를 닦아드리는 손길은 조심스럽고도 정성스럽다. 그녀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세상이 아무리 냉혹해도, 이 소녀의 기도는 천국으로 곧장 닿아 있을 것이다.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내가 잘할 수 있어. 할머니는 꼭 나아지실 거야."

의 삶은 작은 몸짓 하나하나로 시가 된다. 가슴을 저미게 하면서도,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
 그 시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기도가 무엇인지 배운다.

이 작은 소녀의 기도가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이고, 잊힌 희망을 다시 일으킨다. 그녀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강한 기도를 드리는 시인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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