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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인虞美人의 노래 ㅡ 이오장 시인






우미인虞美人의 노래





시인 이오장







사방에 들려오는 소리

비난의 화살뿐이고

외세의 거센 기운 나라를 덮었으니

산을 뽑아낼 힘이 무슨 소용이며

따르는 국민의 뜻이 있다한들

지푸라기 한 오라기도 흔들 수 있을까나

폭풍 속에서 살아 나온들

역사의 기록은 먹글씨가 아닌

주홍글씨로 가득 찰 것이 자명한 일

무엇으로 지울 수 있을까

누가 있어 난국을 헤쳐나가고

어느 힘 빌려 구원의 밧줄 잡을까나

국인의 뜻이라면 따라야 하고

정의롭지 않았다면 바로 세워야 하겠지만

도금한 쇠저울 누가 만들어

민주의 뜻을 바르게 해석하고

정의의 무게를 바로 달았는가

믿을 수 없다는 말, 믿지 못하겠다는 뜻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게 정의인가

항우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도

끝내 지켜주지 못한 우미인虞美人의 눈물

다시 도래하여 흐르는 현실을

플라스틱 손수건으로 닦는 슬픔

어찌할거나, 어떡할거나

무너진 용머리 누가 받쳐주며

넘치는 한강물 무엇으로 막을까

구름 속에 발 담근 용비늘이 애처롭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오장 시인의 시 ‘우미인虞美人의 노래’는 시대의 암울한 현실과 부패한 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면서도, 그 속에 비통함과 체념을 함께 담아낸 시대 풍자시다.

시인은 역사의 반복과 불의한 상황 속에서도 정의를 세우고자 하는 열망을 절절히 표현했다. 이는 시인이 추구하는 가치 철학인 진정한 민주와 정의의 실현,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며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이 시의 미의식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풍자적 언어와 강렬한 이미지로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사방에 들려오는 소리 / 비난의 화살뿐이고 / 외세의 거센 기운 나라를 덮었으니 / 산을 뽑아낼 힘이 무슨 소용이며”

여기서 ‘비난의 화살’과 ‘외세의 거센 기운’은 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압력을 동시에 상징한다. 시인은 거대한 위기 속에서 민중과 권력자들의 무력함을 ‘산을 뽑아낼 힘’이라는 과장된 표현으로 강조한다. 이는 거대한 힘이 있더라도 정작 필요한 때에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따르는 국민의 뜻이 있다한들 / 지푸라기 한 오라기도 흔들 수 있을까나 / 폭풍 속에서 살아 나온들 / 역사의 기록은 먹글씨가 아닌 주홍글씨로 가득 찰 것이 자명한 일”

‘지푸라기’는 민중의 작은 힘을 상징하며, 그것조차 흔들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한다. 또한 ‘주홍글씨’는 역사에 남을 불명예와 낙인을 의미하며, 이는 시대의 부조리와 무능한 지도자들이 남긴 상처를 드러낸다. 시인은 역사의 기록마저 정의롭지 못할 것을 예고하며 비애를 느낀다.


“무엇으로 지울 수 있을까 / 누가 있어 난국을 헤쳐나가고 / 어느 힘 빌려 구원의 밧줄 잡을까나”

여기서 시인은 답을 찾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을 드러낸다. ‘구원의 밧줄’이라는 표현은 혼란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을 나타낸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결책이 보이지 않음으로써 시의 감정은 절망으로 흐른다.


“도금한 쇠저울 누가 만들어 / 민주의 뜻을 바르게 해석하고 / 정의의 무게를 바로 달았는가 / 믿을 수 없다는 말, 믿지 못하겠다는 뜻 /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게 정의인가”

‘도금한 쇠저울’은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부패한 권력의 상징이다. 시인은 민주와 정의가 왜곡된 현실을 꼬집으며, 정의가 소수에게만 통용되는 모순을 지적한다. 이는 시대 비판의 정점이자 핵심적인 메시지다.


“항우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도 / 끝내 지켜주지 못한 우미인虞美人의 눈물 / 다시 도래하여 흐르는 현실을 / 플라스틱 손수건으로 닦는 슬픔”

여기서 ‘우미인虞美人’은 역사적 인물의 상징으로, 권력의 몰락과 비애를 함께 나눈 존재다. ‘플라스틱 손수건’은 싸구려 위로와 무의미한 대책을 비유하며, 반복되는 역사의 비극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어찌할거나, 어떡할거나 / 무너진 용머리 누가 받쳐주며 / 넘치는 한강물 무엇으로 막을까 / 구름 속에 발 담근 용비늘이 애처롭다”

마지막 부분에서 ‘용머리’와 ‘용비늘’은 국가와 권력의 상징이다. 용의 힘이 무력해진 현실과 넘치는 ‘한강물’은 감당할 수 없는 위기와 혼란을 의미한다. 시인은 무기력하게 시대를 바라보며 애처로움을 느낀다.


이오장 시인의 ‘우미인虞美人의 노래’는 시대의 혼란과 불의에 대한 비판을 우미인의 비애와 연결하여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적 표현은 비유와 상징을 활용해 절망적 현실을 강렬하게 드러냈으며, 역사와 현재를 교차시킴으로써 시의 주제의식을 심화했다.

이 시는 시대적 무력감 속에서도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지를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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