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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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힌 개미에게 배운 생의 의지
세상이 온통 어둠으로 물든 것만 같았다. 달삼이는 몸이 쇠약해졌고, 정신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한때는 꿈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하루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생활고는 달삼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도,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생을 포기하려는 결심을 품고 달삼이는 마지막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도 달삼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바람은 차가웠고,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모든 것이 달삼이에게 등을 돌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문득 발끝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무심코 내려다본 땅 위에는 개미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개미는 평범하지 않았다. 허리가 부러진 듯한 모습으로, 뒤틀린 몸을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달삼이는 무심코 멈춰 섰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개미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몸은 분명 온전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개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가느다란 다리로 흙을 딛고, 부러진 허리를 이끌며 끊임없이 나아갔다. 목표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생의 의지는 달삼이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왜 이렇게까지 애쓰는 걸까?” 달삼이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죽음이 더 쉬운 선택일 텐데, 왜 저 작은 생명체는 포기하지 않는 걸까? 더 이상 갈 수 없을 것 같은 몸으로도 왜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걸까? 그런 질문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 순간 달삼이는 깨달았다. 자신은 개미보다 더 큰 몸을 가졌고, 더 많은 능력을 지녔지만, 의지는 개미만도 못했던 것이다. 작은 개미조차 포기하지 않는 생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데, 자신은 이렇게 쉽게 무너져도 되는 걸까? 부끄러움과 동시에 미묘한 희망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개미가 나아가는 방향은 곧 달삼이에게도 나아갈 이유를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그날 달삼이는 돌아섰다.
개미가 보여준 끈질긴 의지에 이끌려, 한 번 더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삶은 여전히 어렵고 고단하다. 병든 몸과 경제적 어려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달삼이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달삼이도 그 개미처럼, 부러진 허리를 이끌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개미의 모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달삼이에게 생의 가치를 일깨우고, 다시 일어서게 한 작은 기적이었다. 지금도 삶의 고난이 달삼이를 덮칠 때면, 그날 길 위에서 만난 개미를 떠올린다. 허리가 부러졌지만 결코 멈추지 않던 그 작은 존재는 달삼이에게 생의 힘을 가르쳐 주었다. 삶이란 결국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서는 것임을.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