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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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혜(雲惠) 받는 삶에 대하여
운혜(雲惠), 구름처럼 흘러오는 은혜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얻으려 애쓴다고 해서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운혜는 본디 하늘에서 내려오듯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며, 그 흐름에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우리 삶에 스며든다. 이러한 삶은 스스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통제하려는 현대인의 태도와 상반된다.
은혜를 받는다는 것은 곧 자신을 낮추고, 고요히 기다리며, 하늘이 주는 선물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은혜를 받는 삶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삶이다. 봄이 오면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여름엔 태양 아래 성장하며, 가을에 열매를 맺고 겨울에 쉼을 얻는 자연의 순환 속에, 인간 또한 은혜를 받아야 한다. 모든 것을 스스로 이루겠다는 욕망은 우리를 오히려 지치게 할 뿐이다.
반면 은혜를 받는 삶은 흐름에 몸을 맡기는 용기를 통해 얻어진다. 이 용기는 불확실성 속에서 신뢰를 배우게 하고, 감사의 태도로 이어지게 한다.
은혜의 삶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햇살이 비추는 창가의 아침, 바람결에 실린 풀 내음—all these things are not ours to command but to receive. 우리가 아무리 부를지라도 구름은 그 길을 바꾸지 않으며, 바람은 잡히지 않는다. 그렇기에 운혜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오는 자유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
운혜는 또한 나눔으로 완성된다.
받은 은혜는 머무르지 않고 다시 흘러간다. 우리의 삶에서 받은 사랑과 자비를 다른 이에게 전할 때, 우리는 더 큰 운혜를 경험한다. 은혜는 멈추는 순간 그 빛을 잃고, 나눌 때 풍성해진다. 운혜의 삶은 이러한 순환의 법칙을 따르는 삶이다. 그래서 운혜는 결코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하늘의 선물이다.
운혜를 받는 삶은 신뢰와 감사, 나눔 속에서 완성된다. 그것은 고요히 기다리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흘려보내는 선순환의 연속이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평안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모두 운혜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하늘은 늘 우리를 향해 열린 채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