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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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앞에 서서
시인 백영호
세모의 나날 앞에서
새벽은 고요로 고요하다
새벽 산길 걸어와
나목 앞에 서서
심야에 들었던 제야의
타종소리 되새김질하는 시각
제야의 종소리 정신뼈 때린다
종소리에서
어제의 누더기 소환 함에
비우고 털어버린 오늘애愛,
내일을 고요로 바라보다
아쉬움 가득한
어제의 누더기 조각들
내일은 새날에는
후회 줄이는 나날이길
순백의 나목 앞에
고해성사로 토吐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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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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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의 시 '나목 앞에 서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서 인간 내면의 성찰과 희망을 탐구한 작품이다.
이 시는 삶의 유한성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감내해야 할 아쉬움과 그럼에도 간직해야 할 희망을 절묘하게 표현하며, 작가의 가치 철학과 미의식을 드러낸다.
첫 구절의 "세모의 나날 앞에서 새벽은 고요로 고요하다"는 시적 화자의 고요한 명상이 시작되는 순간을 묘사한다. 이 대목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엄숙함과 새벽의 차분함을 통해, 인간이 자아를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시작하는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이어지는 "나목 앞에 서서"라는 구절은 자연과 인간의 대조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화자의 의도를 드러낸다. 나목(裸木)은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순수한 본연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나무로,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고 본질에 집중하려는 인간의 내적 열망을 은유한다.
심야의 제야 타종 소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상징적 소리로, 화자의 내면에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정신뼈를 때린다"는 표현은 타종 소리가 단순한 청각적 경험을 넘어 정신적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음을 시적으로 강조한다. 이는 백영호 시인이 인간의 내적 성찰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어제의 누더기"와 "순백의 나목"은 대조적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누더기"는 과거의 실수와 후회를 상징하며, "순백의 나목"은 희망과 새로움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조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과거를 인정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고해성사로 토함이라"는 구절에서 화자는 자신을 정화하고 새로움을 다짐하는 내적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대목은 인간 내면의 성장과 치유를 중시하는 백영호 시인의 가치 철학이 집약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미학적 측면에서 이 시는 고요한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며, 시어의 절제된 사용과 고요함 속의 깊은 울림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순백의 나목"이라는 심상을 중심으로,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미지들이 결합되어 시 전체에 일관된 정서를 부여한다. 이는 백영호 시인의 미적 감각과 시적 완성도를 증명하는 요소다.
요컨대, '나목 앞에 서서'는 인간의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삶의 본질을 성찰하고 새로움을 다짐하는 과정을 시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백영호 시인의 가치 철학과 미의식은 이 시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과거의 짐을 내려놓음으로써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삶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다짐을 심어주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