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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3. 2024

느림의 미학

김왕식









                          느림의 미학





모두가 더 빨리 달리기를 원한다. 바쁜 일상이 몸과 마음을 재촉하고, 행동 하나하나조차 분주한 흐름 속에 갇혀 있다. 사람들은 생각마저 빠르게 정리하길 바란다. 마치 스스로를 시간의 채찍으로 몰아붙이는 경주마처럼, 더 빠르게, 더 앞서 나가길 열망한다. 그러나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여유다. 빠른 걸음으로 앞만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주위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만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 그런 삶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자 하는 사람들이 느림의 가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느리게 걷는 이들이 모여드는 곳, 바로 스로우시티(slow city)가 생겨났다. 스로우시티는 느림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공간이다. 천천히 걸으며 경관을 관찰하고, 바람의 소리와 새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 그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금 자연과 소통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한순간 멈춰 서 보는 것, 그것이 스로우시티가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이다.

우리는 모두 달리기만 하는 삶을 살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느림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천천히 걸을 때 보이는 풍경, 마음속에 스며드는 바람, 그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 이는 결코 달리는 사람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느림은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태도다. 느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사소한 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 떨어지는 낙엽 한 장의 경이로움, 그리고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의 미소.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경험이다.

여유를 잃어버린 채로 빠르게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스로우시티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야 한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느리게 걷는 것은 단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 주변 세계를 더 깊이 느끼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빠르게 달릴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천히 걸을 때 선명히 드러난다. 느림은 사치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진정한 삶의 모습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길잡이다.

 잠시라도 천천히 걸어보자.

그 속에서 발견한 여유와 평화는 분명 당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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