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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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
시인 정 순 영
창밖에
사람들이 나뭇잎처럼 노랗거나 붉게 물들고
나무들이
입추 어스름 삭풍에
얼룩진 양심의 거울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여름에 한 짓을 낙엽으로
그리곤 뚝뚝 가을비로 눈물을 흘리며 교회당 종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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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시인 약력>
하동출생. 1974년 <풀과 별> 추천완료. 시집; “시는 꽃인가”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조선 징소리” “사랑” 외 7권.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자유문인협회 회장, 국제 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등 역임.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한국문예대상, 외 다수 수상. <4인 시> <셋> 동인.
계간 <한국시학> 2024, 겨울호. 제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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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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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시인의 시 참회는 가을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 내면의 참회와 속죄를 담아낸 작품이다. 시인은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심리적 갈등을 교차시키며, 깊은 철학적 사유와 미의식을 드러낸다. 그의 삶의 가치 철학은 인간의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이를 통해 도달하는 내적 성찰에 있다.
시의 첫 구절, “창밖에 사람들이 나뭇잎처럼 노랗거나 붉게 물들고”는 인간과 자연의 연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겪는 변화와 허무를 드러낸다. 이 장면은 곧이어 “나무들이 입추 어스름 삭풍에”로 이어지며, 자연의 스산한 변화가 인간의 내면적 죄책감과 맞물려 있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얼룩진 양심의 거울을 수건으로 닦아내고”라는 구절은 도덕적 오염을 정화하려는 시인의 내적 몸부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양심을 거울에 비유한 점은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쉽게 오염될 수 있는지를 반영하며, 이를 닦아내는 행위는 참회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강렬하게 다가온다.
시의 후반부에서 “여름에 한 짓을 낙엽으로”라는 표현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이 저지른 행위를 돌아보는 참회의 과정으로 연결된다. 낙엽은 죄의 흔적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로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어지는 “뚝뚝 가을비로 눈물을 흘리며”는 내면의 고통과 슬픔을 표현하며, 종소리를 듣는 장면은 구원의 가능성과 신성에 대한 갈망을 암시한다.
정순영 시인은 인간의 삶에서 양심의 역할을 중시하며, 이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반성하는 참회의 과정이 인간다운 삶의 본질임을 강조한다.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감정을 밀접하게 연결시킴으로써 그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또한, 그의 미의식은 단순한 서정적 묘사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교차시킴으로써 깊은 철학적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시 속의 이미지들은 대단히 직관적이면서도 감각적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참회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의 죄책감과 구원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참회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정순영 시인의 삶의 가치 철학은 인간 내면의 윤리적 갈등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그의 미의식은 이를 서정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로 형상화하는 데 있다. 시인의 섬세한 묘사와 사유는 독자에게 내면의 성찰을 촉구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