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5. 2024
■
북 펭곰 남 곰펭
시인 노태숙
북극곰 배 타고 남극 간대
남극 펭귄 뱅기 타고 북극 간대나
만년설 녹아내려 빙하가 된 곳
고향이 따로인가
아무 데나 살면 되지
사람아, 거대한 얼음 공장 북극에 지어 놓고
마구잡이 개발이나 일삼게나
보고 싶던 남극펭귄
그리웁던 북극곰아
사람들이 전기로 지진 집 거대한 얼음집 지어준대
느네들 싹둑 거세한 채
거기서 남북극 펭귄 백곰 몇 마리 낳고
슬피 울며 영원토록 견디시게나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노태숙 시인의 시 '북 펭곰 남 곰펭'은 기발한 발상과 독창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생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극곰과 남극펭귄이 서로의 영역을 교차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설정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시는 환경문제와 인간 중심적 사고의 폐해를 간결하고 날카롭게 드러내며, 생명의 가치와 자연의 조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시인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묻는 동시에,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만년설 녹아내려 빙하가 된 곳"과 같은 구절은 자연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고향을 잃은 생명들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사람아, 거대한 얼음 공장 북극에 지어 놓고"라는 부분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환경이 자연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상황을 비꼬는 대목으로, 자연 파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다.
이 시는 대조적인 이미지와 유머러스한 표현을 통해 독창적인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북극곰과 남극펭귄이라는 상반된 존재들이 서로 교환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느네들 싹둑 거세한 채"와 같은 직설적 표현은 인간의 잔인함을 강조하며 독자로 하여금 죄책감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또한 "슬피 울며 영원토록 견디시게나"라는 구절은 인간의 행위가 자연에 끼친 영구적인 상처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대목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끈다.
요컨대, 노태숙 시인의 시 '북 펭곰 남 곰펭'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창의적으로 조명하며, 생태적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시인의 독창적인 발상과 강렬한 메시지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다만, 일부 표현이 다소 강경하여 완급 조절이 필요해 보이지만, 이는 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일 수도 있다. 노태숙 시인의 시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라는 철학적 가치를 탐구하는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