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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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와 금주에 대하여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며 송구영신의 계절이 찾아왔다. 남성들에게는 뜻깊은 이 시기가 종종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술자리 때문이다. 망년회, 신년회를 핑계로 이어지는 술자리는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즐겁겠지만, 술을 못하거나 절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자리일 수 있다. 특히, 술을 마시는 남편과 그를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술을 못하는 사람들,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금주를 결심한 이들에게 술자리는 더욱 큰 도전이다. 나 역시 술을 적당히 즐기는 편이지만, 술 한 병을 마시는 일은 드물다. 보통 반 병 정도가 한계다.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술을 권하는 일은 매우 가혹한 일이다.
술자리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직장 상사나 동료, 또는 친구가 술을 권했을 때 이를 거절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방법은 술잔을 받아 들고, 정중히 입에 대기만 하는 것이다.
"저는 금주를 결심했지만,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어 술잔만 받았습니다. 걱정 말고 즐겁게 드세요"라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어떨까.
요즘에는 이런 솔직한 태도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존중하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간혹 여전히 술을 강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단호히 "죄송하지만 저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내 결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들과 깊은 관계를 이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직장 상사나 동료, 친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예의를 갖추는 모습은 상대방에게 성숙하고 공동체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결심을 지키되, 상대방에게도 존중을 보여주는 균형 잡힌 태도다.
나 역시 2025년부터는 술을 멀리하려고 결심했다. 다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두 잔 정도는 상대방을 위해 입에 대기로 했다. 이런 방식이 나와 주변 모두를 배려하는 성숙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