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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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택시에만 오르면 숨이 멎는다
택시에 오르는 순간, 나의 숨은 멎는다.
아, 그 안절부절못함이란!
택시 요금이 올라가는 순간의 그 긴장감은 무엇으로 비유할까? 과거에는 미터기의 짤깍짤깍 소리가 나의 귀를 자극했다. 그 소리는 시계의 초침이 강제로 시간을 훔치는 듯했다.
이제 디지털계기판에 의해 그 움직임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눈을 돌려도, 무시하려 해도, 숫자들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 속도에 나의 가슴은 멎는다. 내 가슴이 왜 이리 두근거리는지 모른다.
이 같은 현상이 유독 나만의 문제일까?
교통 체증이 심하다.
차가 움직여야만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멈춘 상태에도 숫자의 움직임은 여전히 성실하다.
주머니를 만지작거린다.
주머니 돈이 예상한 금액을 압박한다.
중간에 세워달라고 해야 하나?
힐끔 운전석 앞 거울에 비친 기사의 모습을 훔쳐본다. 입을 꽉 다문 채 줄지어 서 있는 앞차의 꽁무니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심장이 멎는다.
급기야, 주머니 돈과 미터기 금액이 만났다.
"아저씨, 여기서 내리면 안 될까요?"
차라리 신음 소리에 가깝다.
기사는 휙 고개를 뒤로 돌린다.
"목적지가 아직 멀었는데, 여기서 내리면 나는 으짭니까?"
볼멘소리였다.
기사는 퉁명스레 말을 던진 후
길가에 급히 세웠다.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주머니 돈을 모두 꺼내 쓱 밀어 놓고는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무겁게 발을 내렸다.
생각했다.
가끔 친구들과 선술집에 들러 막걸리 잔을 기울일 때. 몇 만 원은 꽤 많게 나간다. 심지어는 서비스 팁으로 1, 2 만원을 쥐어줄 때가 있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이렇게 유독 교통비에 민감할까?
이것은 단순한 교통비에 대한 걱정만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노정과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 택시는 나의 피곤함을 덜어주고, 내 몸과 마음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고마운 친구이다.
택시 안에서 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나의 삶의 노정과도 같다. 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
이제, 디지털계기판의 숫자들을 보며 나는 웃는다. 그들은 내 노정의 일부이며, 나를 내가 원하는 곳으로 안내하는 나침반과도 같다.
나는 이후 금액을 낼 때면, 꼭 감사의 말을 건넨다. 택시 드라이버에게도, 그리고 나의 노정에 참여한 모두에게도.
그렇다.
교통비야말로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나의 시간과 삶의 가치를 운반하는, 그 소중한 노정의 배경음악이자 지휘자이기 때문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