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6. 2024
■
시간의 절도竊盜
시계 초침이
긴장된 숨결로 시간을 긋는다.
허락도 없이
시간을 훔쳐가는
정교한 도둑이다.
그 강탈은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똑딱, 똑딱,
침묵을 찢는 작은 진동이
채찍질하며
앞으로 밀어붙인다.
돌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궤도 위에서
초침의 포로가 된다.
지나간 순간들은
되돌릴 수 없는 강 너머에 머물고,
잡을 수 없는 내일이
이미 앞에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늘 이렇게
삶을 재단하며,
존재를 재촉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