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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 있고 바다가 있으니, 해녀들은 물질을 한다

김왕식









벗이 있고 바다가 있으니, 해녀들은 물질을 한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신새벽
영도 바닷가 한 모퉁이다.
벌여 놓은 좌판에서 갓 물질한 해삼 ㆍ멍게 몇 점에
소주 한 잔 기울인다.

그들의 삶은 단순하면서도 깊다. 차가운 물속에서의 고된 하루는 생계를 위한 노동인 동시에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의 방식을 보여준다. 바다를 품고, 벗을 의지하며, 해녀들은 자연과 사람 사이에 놓인 다리가 된다.

해녀의 삶에는 한(恨)이 깃들어 있다. 파도가 거칠 때도, 깊은 물속에서 공기가 모자랄 때도, 그들의 선택은 포기보다 인내에 가깝다. 삶의 고단함을 넘어서서, 그들은 바다를 어머니처럼 대하며 생명을 건져 올린다.
그 속에 감춰진 슬픔은 세월의 무게와 맞닿아 있다. 벗을 잃는 고통, 육지의 삶과는 다른 바다의 법칙이 빚어낸 두려움,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이 삶을 물려줄 수 없다는 현실이 그들의 가슴에 응어리진다.

영도의 바다에서 해녀들은 단순히 물질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며, 한편으로는 바다와 자신을 일치시키는 의식과 같다.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며 바다로 들어가고, 물질 후에는 웃음과 함께 소박한 음식을 나누는 시간. 벗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들은 그들의 삶에서 작은 위안이 된다.
웃음 뒤에는 묵묵히 품은 한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은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의 노래나 이야기를 통해 종종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녀들의 삶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들은 오늘도 바다와 싸우고, 바다와 화해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물질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바다에 대한 헌신이자 생명에 대한 경외다.
부산 영도의 바다는 해녀들에게 생명이자 삶이며, 그들이 품은 한 또한 바다의 일부가 되어 그 끝없는 푸름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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