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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6. 2024

영도의 아픔

김왕식







                            영도의 아픔






부산 영도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품은 섬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몰려들어, 산비탈 곳곳에 작은 촌락을 이루며 살아간 역사가 녹아 있다. 그들은 전쟁의 참혹함에서 살아남았지만, 삶의 고단함은 여전히 그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피란민들의 고단한 삶은 늘 생활고와 맞닿아 있었다. 생계를 꾸리느라 지친 몸과 마음은 심한 두통처럼 그들을 괴롭혔다. 때로는 견디다 못해 스스로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고통을 잊으려 애쓰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고통 속에서도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존재들이 있었다. 영도 곳곳에는 크고 작은 보살집이 자리 잡고 있었고, 작은 암자와 무당집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보살들은 고된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해 위로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들에게 있어 보살은 단순히 종교적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치유할 수 없었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존재였다. 고통받는 민중에게 보살은 구원자처럼 여겨졌고, 그들의 존재는 때로는 작은 희망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모든 위로가 진정성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여린 마음을 보듬기보다,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도 있었다. 학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의식과 속임수를 통해 민중의 정서를 흔드는 행위는 오히려 그들의 아픔을 더 깊게 만들었다.
이들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착취와 다를 바 없었다.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며, 그들의 고뇌를 배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영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그것은 민중의 눈물과 한숨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전쟁과 피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어진 삶의 고단함이 그 섬을 채우고 있다. 영도의 곳곳은 고된 삶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단순히 지리적 외딴섬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 자체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오늘날에도 영도는 그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현대화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의 흔적은 점점 사라져 가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아픔의 기억이 남아 있다. 영도는 단순히 하나의 섬이 아니라, 역사의 고비마다 고통받던 민중의 삶과 고난을 대변하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몸부림과, 그 속에서 잊히지 않는 아픔은 영도가 품고 있는 진정한 이야기다.

부산 영도, 이 외딴섬은 오늘도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속삭이며, 여전히 민중의 한이 흐르고 있는 섬으로 자리 잡고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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