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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이랑 바늘이 ㅡ 시인 유숙희

김왕식





실이랑 바늘이

시인 유숙희




둘이는
합작품이다
원팀 팀워크이다
들고 나는 조화다

찢어진 청바지 펴서
상처 난 무릎
치유하는 손길은
바늘이 실을 달아
찢어진 생채기
어르고 달래
숙달된 눈길
마음길을 이끈다

그 마음길
손길을 잡고
바늘과 실로
쓰리고 아픈 상처
정성을 깁는다

꿰매고 단단히 감싸아
바지의 바깥 상처
나음에
남자의 마음 아픔
사르르 사라지니
상처 싸맨 손길
함께 즐길 樂이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의 삶은 곧 글이다.
시인의 '실이랑 바늘이'는 일상의 도구를 통해 깊은 철학적 성찰을 담아내는 작품이다. 시인은 단순한 행위로 보이는 ‘꿰매기’를 인간의 상처 치유와 삶의 회복으로 연결하며, 실과 바늘의 협업을 통해 관계의 아름다움과 상처 극복의 가치를 노래한다.

작품은 실과 바늘의 상징을 통해 삶 속에서 조화와 협력을 강조한다. 실과 바늘은 “합작품”이며 “원팀 팀워크”이라는 표현으로 완벽히 연합된 관계를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고립된 존재가 아닌, 서로 보완하며 완성되는 관계적 삶의 철학을 암시한다. 특히, 찢어진 청바지를 통해 인간의 상처와 그 치유 과정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바늘과 실이 상처를 꿰매는 장면은 숙련된 손길과 마음의 조화로 묘사되며, 단순한 수선 행위를 넘어서 정성 어린 치유의 은유로 읽힌다.

“찢어진 생채기 어르고 달래”는 시인의 섬세한 언어 감각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행위로 확장된다. 특히 “숙달된 눈길, 마음길”이라는 구절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내면의 집중과 정성을 표현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적 교감과 공감을 강조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꿰매는 행위가 단순히 상처를 봉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성과 노력으로 새로운 즐거움과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 “상처 싸맨 손길 함께 즐길 樂이라”는 삶의 상처를 함께 극복하며 기쁨을 공유하는 인간적 유대의 가치와 이를 가능케 하는 치유의 정서를 아름답게 형상화한다.

유숙희 시인의 작품은 일상적인 도구와 행위를 통해 심오한 철학적 통찰을 드러내는 데 탁월하다. 이 시는 관계와 협력, 상처와 치유, 그리고 정성을 다한 삶의 아름다움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며, 인간과 삶에 대한 시인의 깊은 애정과 성찰을 드러낸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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