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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 두 손, 그리고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

김왕식








두 발, 두 손, 그리고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





한 사람이 부주의로 발목을 다쳤다.

그날 이후 그는 깁스를 하고 뜨거운 여름날

고생을 했다.
두 발로 걸어가는 사람들, 심지어 불편해 보이는 신발을 신은 사람들마저도 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욕망이 단순하면서도 잔인하다는 것을 느꼈다. 남들이 당연히 누리는 것들이 자신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되니 말이다.

이번엔 본의 아니게
한때 참 좋았던 경제가 무너졌다.
그는 텅 빈 통장과 산더미 같은 청구서를 마주하며 잠조차 사치가 되는 경험을 했다. 그때 문득 길거리에서 만난 노숙자들이 떠올랐다. 집도 빚도 없는 그들의 삶이 어쩌면 자유롭다고 느껴졌다. 독촉 전화와 카드사의 문자에 시달리지 않는 그들만의 삶이 오히려 부러워 보였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깁스를 풀고 두 발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걷는 일이 당연해졌다. 경제가 나아지자 노숙자의 삶을 부러워했던 마음도 사라졌다. 인간은 본래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존재다.

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들이 결국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한때는 절박했던 경험이 시간이 지나면 그저 추억으로 남는다.

그가 깨달은 것은 단순했다.
사람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당연함”이라는 사실이었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것, 내일을 걱정할 수 있는 것, 그런 당연한 일상들이 사라질 때 우리는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는 알았다.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고통은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오늘도 두 발로 걸으며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 어쩌면 걱정할 내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 아닐까.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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