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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의 끝자락 붙잡고 ㅡ 시인 백영호

김왕식








세모의 끝자락 붙잡고



시인 백영호




고요가 고요로
내린다
쌓인다
흩어진다

고요가 고요로 흐르니
빛이 되고
강이 되고
길이 되고
고요의 하늘이 된다

천지사방으로 감싼
고요의 세상에서
고요를 마시고
고요를 토하나니
어느새 나
고요가 됐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의 시 '세모의 끝자락 붙잡고'는 고요함 속에서 진리를 깨닫고, 그것이 자신의 존재로 확장되는 과정의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시는 단순히 고요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세상과 나를 연결하며 하나가 되는지를 시적으로 탐구한다. 시인은 고요를 통해 빛과 강, 길, 하늘에 이르는 우주적 질서를 발견하며, 이러한 깨달음이 곧 인간의 내적 성찰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백영호 시인의 작품은 고요라는 소재를 통해 본질에 다가가는 철학적 탐구를 드러낸다. 이는 시인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 즉 내적 평화와 세상과의 조화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과 맞닿아 있다.
고요는 단순한 정적 상태를 넘어, 시인의 철학 속에서는 생성과 소멸, 흐름과 변화를 담아내는 매개체가 된다. 이 시에서 시인은 '고요'를 "내린다, 쌓인다, 흩어진다"라는 동사를 통해 유동적이고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형상화하며, 이는 시인의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의 미의식은 언어의 간결함 속에서 드러나는 깊이에 있다. 짧고 단순한 구절들은 함축적 의미를 담아 독자로 하여금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고요가 고요로 흐르니 / 빛이 되고 / 강이 되고 / 길이 되고 / 고요의 하늘이 된다"는 대목은 고요의 확장을 우주적 차원으로 그려내며, 독자에게 직관적인 이미지와 감각적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시적 언어는 단순함 속에서도 무한히 확장되는 상상력을 가능케 한다.

요컨대, 백영호 시인의 '세모의 끝자락 붙잡고'는 삶의 본질적 가치와 우주적 질서를 깨닫는 과정을 고요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깊은 주제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고요의 흐름 속에서 세계와 인간의 연결을 발견하고, 결국 자신이 그 고요가 되는 경지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 인간 존재의 심연과 하나 됨을 탐구하는 철학적 시각을 담고 있다.
시인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함의를 지닌 언어로 독자에게 깊은 성찰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그의 삶의 가치철학이 작품 속에 온전히 녹아있음을 보여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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