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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김왕식








낙엽



시인 김 영산






책갈피에 넣을 낙엽 한 장 줍는다 벌레가 먹지 않고 시들지 않고 따사로운 태양도 민낯으로 견딘 후 떨어지면서도 춤을 추는 초인 같은 너

그 위에 시 한 줄을 쓰고
편지를 대신해 보내주거나
후대에 오래 간직하고픈 너

역사의 중심에 꿋꿋이 서서 견디고 침묵하고 있는 위인의 동상 같이 두고두고 우러러 보고픈 얼굴이여

그 한 잎을 통하여
후대에 뿌리와 열매를 유추해 내고
그 시대를 기억하게 할 유물 같은 너 책갈피에 넣을 낙엽 한 장을 찾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영산 시인의 시 '낙엽'은 낙엽이라는 자연의 흔적을 매개로 삶의 철학적 가치와 미의식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시 속에서 낙엽은 단순한 자연물의 한계를 넘어 초월적 존재로 승화된다.
시인의 가치철학과 미의식은 인간 삶의 흔적과 역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깊이 있는 성찰에서 비롯된다.

먼저, 낙엽의 이미지가 지닌 상징성은 시 전반에 걸쳐 빛난다. 낙엽을 "벌레가 먹지 않고 시들지 않고 태양을 견딘 후 떨어지면서도 춤을 추는 초인"으로 묘사한 대목은, 단순히 자연의 순환 속에서 소멸하는 존재가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존엄과 아름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간의 초월적 면모를 상징한다.
이는 시인이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이면서도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그 위에 시 한 줄을 쓰고, 편지를 대신해 보내주거나, 후대에 오래 간직하고픈 너"라는 표현은 낙엽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대목이다.
이는 시인의 가치관, 즉 현재의 순간이 후대에 전해질 유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철학을 암시한다. 이러한 시선은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그의 미의식을 나타낸다. 그는 낙엽을 "위인의 동상"에 비유하며, 그 침묵 속의 견딤과 우러름의 가치를 부각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적 기억과 역사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 나아가 그 시대의 상징성을 되새기게 만든다.

시인은 낙엽 한 장을 통해 "뿌리와 열매를 유추해 내고, 그 시대를 기억하게 할 유물 같은 너"라고 표현함으로써, 단순한 자연물로부터 역사를 엮어내고, 그것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발견한다.
이러한 시적 관점은 김영산 시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흔적을 재조명하고 그 속에서 생명과 역사의 의미를 발견하는 철학적 태도를 드러낸다.

김영산 시인의 '낙엽'은 단순한 시어의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낙엽을 통해 인간 삶의 초월적 가치와 역사적 지속성을 형상화한다. 시인의 미의식은 자연을 관찰하며 얻은 깊은 통찰과 인간 존재의 존엄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며, 그의 철학적 세계관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소통의 매개체로 자리 잡는다.
이는 그의 작품이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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