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30. 2024
■
고요, 돌고 돌아
시인 백영호
고요는
우주의 본질이며
창조적 침묵이요
내면의 성찰이며
원초적 힘의 발광체다
고요에서
내면의 힘이 빠져나와
방안을 감싸고
밖으로 밖으로 퍼져나간다
정적의 고요가
동적인 고요로
이동하는 찰나
고요가 고요를
민들레 홀씨로 퍼뜨린다.
이리가도 고요
저리가도 고요
고요가 세상을
운행하며 돌아가누나
함양산청 물레방아처럼.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백영호 시인은 '고요’를 통해 존재의 본질과 우주적 질서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성찰을 확장한다. 이 시는 창조적 침묵 속에서 고요의 힘이 세계로 흘러가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는 단순한 정적 상태가 아닌 동적인 움직임을 품은 생명력으로서의 고요를 드러낸다.
시인은 고요를 우주의 본질로 규정하며, 이를 ‘창조적 침묵’, ‘내면의 성찰’, ‘원초적 힘의 발광체’로 정의한다. 이는 고요가 단순히 멈춰 있는 상태가 아닌, 존재의 근본을 관통하며 모든 생명을 가능케 하는 힘이라는 철학적 가치를 함축한다.
또한, 고요는 인간 내면의 힘을 깨우는 시작점이자, 우주적 연결성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표현된다.
시적 화자는 고요를 ‘정적’에서 ‘동적’으로 확장시킨다. ‘민들레 홀씨’라는 이미지로 고요의 움직임과 전파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단순한 침묵이 아닌 끊임없이 퍼져가는 창조적 에너지로 묘사한다.
이 과정은 독자들에게 고요가 가지는 동적 생명력을 강렬하게 체감하게 한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고요는 함양산청의 물레방아처럼 세상을 운행하며 끝없이 돌고 도는 순환성을 보여준다. 이는 고요가 단순히 멈춰 있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흐르고 변하는 동적 상태임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단어 배치를 넘어, 고요를 우주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요’라는 단어는 독자에게 고요의 본질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독자를 시적 명상으로 이끈다.
또한, ‘이리가도 고요, 저리가도 고요’라는 반복구는 고요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 질서임을 암시하며, 독자의 내면적 성찰을 자극한다.
백영호 시인의 ‘고요, 돌고 돌아’는 고요라는 철학적 주제를 동적 생명력과 순환적 세계관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고요를 단순히 정적인 침묵이 아닌, 우주의 근원적 힘으로 바라본 시인의 통찰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내면 성찰과 우주적 연결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시의 독창적인 이미지와 철학적 깊이는 백영호 시인의 작가적 미학을 잘 드러낸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