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곳, 그리움의 고향 ㅡ 시인 노태숙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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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곳, 그리움의 고향
시인 노태숙
간다고 떼쓰는 사람
온다고 애쓰는 고향
간다고 달리 묘한 수가 있나요
돌고 도는 세상에
사뭇 사연 많아도
가다 보면 정들었던 곳
그곳의 묵은정이 그립지요
꽃이 피면 종달이가 울고 새잎 나면 새가 깃들고
얼었던 옹달샘도 긴 잠을
깨는 동산 잊힐리야 있겠나요
가지 말아요 가지 말아요
세상길 헤매다가 해가 기울면 또다시 그리울
곳이니까요
까치가 울어대고
시냇물이 꼬까 입는 곳
소년의 쥐불놀이, 제기차기 소리 높으면
봄이 조오기 오는 거예요
면사포 쓴, 새색시나
뾰족 두 잎 내민 새싹이나
모두 행복한 곳
이곳을 떠나지 말아요
다 같이 함께해요
다 같이 행복해요
둥실 떠오를 이곳을 잊지 말아요
강 건너 쥐불빛이 빛
자동차 불빛 되었듯
깊은 물속 고요마저 잠든 시간 내 영혼 홀연히 날개를 편다
알 수 없는 하늘 돌아
천성길 찾아 날아가네
여기가 게인가
저기가 게인가
두리번,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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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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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숙 시인의 글은 떠남과 돌아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정서적 교감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인간 삶의 순환성과 내재된 귀소 본능을 섬세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작품 속에 녹아있는 작가의 철학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순환적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다. 노 시인은 인생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떠남과 머묾,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을 자연의 변화와 연결 지어 표현함으로써, 개인적 정서가 보편적 삶의 진리에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소속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철학적 성찰로 읽힌다.
작품의 미의식은 소박하면서도 섬세하다. 자연의 풍경과 인간의 감정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언어는 마치 한국 전통 민요의 리듬을 연상시키며, 독자로 감정의 진폭을 경험하게 한다.
특히 "가지 말아요 가지 말아요"와 같은 반복적 표현은 고향과 그리움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극대화하며,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강 건너 쥐불빛이 자동차 불빛 되었듯"과 같은 구절은 시적 이미지의 구체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갖춰 작품의 미학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요컨대, 노태숙 시인의 이 글은 단순히 고향에 대한 찬미를 넘어, 인간 삶의 본질적 순환성과 정서적 뿌리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
작가는 삶의 본질을 자연과의 동화 속에서 발견하며, 이를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작품은 단순하고도 강렬한 표현으로 독자에게 고향과 삶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는 고향이라는 소재가 단지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 정서의 중심에 자리 잡은 상징임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