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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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
시인 서재용
北風寒雪 힘겨워도
말없이 그 자리 겨울산아
흰 눈 자락 이불 삼아
덮고 잔들 무엇이 부럽겠나?
귓불 스치는 시린 마음
긴 산 그늘 지고
길 잃고 헤맨들
또 어쩌겠느냐?
산까치, 장끼들은
어디로 숨었느냐?
초가삼간 문풍지 긁어 대던
다람쥐 온 데 간 데 없고
나그네 설움 곰삭히는
긴~긴 겨울밤
가도 가도 끝없는
차가운 겨울 산길
깔딱 고개 넘어서니
터질 듯 숨차올라 심호흡
어느새 산을 닮아가니
어쩌겠느냐?
빈 하늘 겨울 감나무
까치밥 홍시 하나
적막한 겨울 산
내 마음 풍금소리
아련히 울려 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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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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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용 시인의 '겨울 산'은 겨울 산을 배경으로 인간의 삶과 고난,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담담하게 그려낸 걸작이다.
이 시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 인간이 느끼는 고독과 인내의 철학을 자연의 이미지 속에 녹여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사색의 여운을 남긴다.
시는 북풍한설 속에서도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겨울 산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에서도 흔들림 없는 태도를 제시한다. 자연은 말하지 않지만 그 존재 자체로 많은 것을 가르치며, 시인은 이러한 자연을 삶의 모범으로 삼는다.
특히 "덮고 잔들 무엇이 부럽겠나?"라는 구절은 단순한 자연의 고요를 넘어, 삶의 만족과 충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시는 자연과 인간의 고난을 동일선상에 두며, 고독과 설움을 묘사한다. "길 잃고 헤맨들 또 어쩌겠느냐?"라는 표현은 삶의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제안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연속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철학적 통찰을 드러낸다.
작품은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감각을 자극한다. "초가삼간 문풍지 긁어 대던 다람쥐"와 같은 구체적이고도 생생한 묘사는 독자들에게 겨울 산의 정경을 눈앞에 펼쳐준다.
마지막 연에서 "빈 하늘 겨울 감나무 / 까치밥 홍시 하나"와 같은 이미지는 고독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희망과 삶의 여운을 남긴다.
시인은 겨울 산을 단순히 차가운 계절적 배경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고뇌와 성찰의 장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미의식을 전달한다. 또한 담백하고 소박한 언어는 시의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과장되지 않은 정서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겨울 산'은 자연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로서, 서재용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과 미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이 시는 겨울 산의 고요함과 고난 속에서도 그 안에 담긴 평온과 희망을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깊은 통찰과 위로를 준다.
시의 미학적 완성도와 철학적 메시지는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