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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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니 비로소 들린다
장상철 화백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으며,
멈춰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눈을 감아야
들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잠시 숨을 멈춰야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거친 산을
거침없이
오르며
숨을 고르다
하늘에 몸과
마음을 마음껏
맡기던
시간들은
꿈이었으며,
꿈을 꿔야만
그 생기를 회복하여
꿈임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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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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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 화백의 글은 투병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며, 그의 미학적 철학과 생의 가치관을 웅변한다.
이 글은 단순한 회고에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삶의 순간마다 깃든 본질적 가치를 탐구한다.
우선, 글의 첫 부분은 걸음과 멈춤, 감음과 상상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유려하게 묘사한다.
이는 장 화백이 삶과 예술에서 늘 강조했던 직관적 깨달음과 깊은 성찰의 아름다움을 떠오르게 한다. 걸어야만 보이고, 멈춰야 느껴지며, 눈을 감아야 들리고, 숨을 멈춰야 상상할 수 있다는 이 문장은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이는 그의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본질에 대한 탐구"를 상기시킨다. 그는 복잡한 외적 세계를 뛰어넘어 내적 세계의 고요함에서 진실을 발견하려 했다.
중반부의 거친 산을 오르는 묘사는 그의 왕성했던 과거의 삶과 예술적 열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산을 오르며 숨을 고르고 하늘에 몸과 마음을 맡겼던 그 순간들은 단순한 행위가 아닌, 삶의 생기와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은 그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그 속에서 생동감과 활기를 찾아내는 데에 능숙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꿈"의 회복과 자각은 그의 철학적 성찰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꿈은 단순한 허상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원천이며, 이를 통해 현실을 다시금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는 투병 속에서도 생명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이는 그의 예술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떠올리게 하며, 그가 예술과 삶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글 전반은 그의 삶의 가치관과 미학적 철학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며, 단순한 문장 속에 심오한 깨달음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며,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본질을 사유하게 만든다. 이 글은 그의 투병이 단순한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의 시간임을 보여주며, 그의 예술적 삶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증명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