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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의 봄

김왕식







손바닥의 봄





얼어붙은 화분 속
담배꽁초 서너 개,
거꾸로 박힌 틈새에서
연녹색 움이 바늘처럼 돋는다.
무심한 발길이 짓밟은 자리,
침묵 속 울음이 얼어붙는다.

거친 손,
늙은 나무껍질 같은 주름이
온기를 품는다.
버려진 것들을 어루만지는 손바닥,
봄이 스며드는 흔적이다.

죽음의 가지에
사랑이 뻗어
뿌리 없는 생명을 일으킨다.
뒤집힌 세상마저
손끝에서 제자리를 찾는다.

소외의 골짜기에서
그 손은 빛난다.
역사의 가장자리에서
낡은 화분 속 작은 싹이
다시 태어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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