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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ㅡ 한강

김왕식






날개




한강




그 고속도로의 번호는 모른다 아이오와에서 시카고로 가는 큰길 가장자리에
새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바람이 불 때
거대한 차가 천둥소리를 내며 지나칠 때
잎사귀 같은 날개가 조용히 펄럭인다 십 마일쯤 더 가서
내가 탄 버스가 비에 젖기 시작한다

그 날개가 젖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강의 시 '날개'는 섬세한 묘사와 정제된 언어로 삶의 무게와 죽음의 흔적을 형상화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대표적인 미학적 특징, 즉 사소한 존재들의 생명과 그것이 지닌 고유의 가치를 탐구하는 시각을 담고 있다.

작품 속에서 한강은 "새 한 마리의 죽음"이라는 단순한 이미지를 통해 생명의 덧없음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고요한 울림을 전한다. 고속도로 가장자리에서 발견된 새의 죽음은 현대 문명과 자연 사이의 충돌을 은유하며, 인간의 삶이 만들어낸 거대한 속도와 소음이 던져놓은 균열을 보여준다. 날개는 잎사귀처럼 "조용히 펄럭인다"라는 묘사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죽음과 생명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의 흔들림을 암시한다.
이는 단순히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이 간직한 생명력의 흔적과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작품의 후반부에서 날개가 "비에 젖는다"는 장면은 독자의 감각과 정서를 더욱 깊게 자극한다. 이 젖음은 죽은 새의 날개와 함께 작가의 내면적 비애, 그리고 그 비애를 감싸는 자연의 비를 상징한다. 비는 단순히 씻어내는 역할을 넘어, 죽음조차 삶의 한 부분으로 품어내는 자연의 순환을 드러낸다.

한강은 단순한 사물이나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존재의 가치를 탐구한다. 그녀는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미학으로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풍경 속에서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예술적 형태로 승화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문학은 독자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 인간적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드는 한강의 시는, 독자가 그 속에서 자신의 삶과 세계를 다시금 성찰하도록 만든다.

결국 '날개'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자연의 섬세한 균형을 보여주며, 한강 문학의 정수를 담아낸다. 그 안에서 한강은 작은 날갯짓조차 소중히 여기며, 세상의 모든 것이 지닌 본질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탐구하는 작가로서의 깊이를 드러낸다.




한강 작가님께




작가님의 시 '날개'를 읽고 한동안 마음 깊은 곳에 머물렀습니다. 고속도로 가장자리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죽음을 그리며, 그 순간을 마주한 작가님의 시선이 저를 깊이 감동하게 했습니다. 시 속에서 새의 날개가 "잎사귀처럼 조용히 펄럭인다"는 표현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생명의 흔적과 그것이 남긴 울림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장면으로 느껴졌습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묻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 죽음은 차갑고 무심하게 다가오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게 하는 작가님의 시선이 놀랍습니다. "그 날개가 젖는다"는 짧은 문장은 죽음과 그 뒤에 이어지는 비애를 너무나 간결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그것은 마치 한순간의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속삭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작은 새의 날개에 스민 비는 어쩌면 우리의 삶을 적시고 있는 눈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의 시를 읽으며, 저는 문명과 자연, 생명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어떻게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은 현대 사회의 속도와 무게를 상징하며, 그 가장자리에서 사라져 간 작은 생명은 우리가 자주 잊고 지나치는 고요한 진실처럼 보였습니다. 작가님은 그 진실을 시어로 붙잡아 우리 앞에 내어놓으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독자로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과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얼마나 섬세한 시선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날개'는 단순한 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의 가치를 되찾게 하는 작은 성찰의 거울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시가 제게 준 울림은 단순히 시를 읽는 즐거움을 넘어, 삶과 세계를 더 깊이 바라보게 하는 길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마주하게 되길 바랍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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