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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눈물

김왕식









어머니 나의 어머니





달삼이는 늘 굴곡진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여러 형제들 가운데서도 유독 그는 험난한 길을 걸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내로서의 책임감을 잃지 않았다. 삶이 고달플수록 그는 어머니를 더 깊이 생각했다. 늙고 병든 홀어머니의 삶을 곁에서 보며, 달삼이는 효심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사랑했던 그는, 어머니가 삶을 마감하던 그날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 계신 날들이 길어지자, 달삼이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한 줌의 체온마저도 놓칠까 두려워하며 그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점점 말을 잃어갔고, 숨소리마저도 가늘어져 갔다.

그의 눈에 어머니는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어린 시절, 논밭에서 흙을 묻힌 손으로 그를 안아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오히려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의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달삼은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달려갔다. 그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마지막 순간만큼은 꼭 지키겠다. 병원 침대에 누운 어머니의 얼굴은 고요했다. 숨소리는 한없이 미약했지만, 그는 어머니의 손을 꽉 잡았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손끝에서 생명이 아직 붙어 있음을 느꼈다.

어머니는 노래를 좋아하셨다.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오시면 늘 조용히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시곤 했다. "아가야, 이 노래가 참 좋다"며 어린 달삼이의 손을 잡고 들려주시던 그 목소리를 그는 잊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가장 좋아하던 노래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곁에 있던 동무였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 그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일었지만, 그는 노래를 멈출 수 없었다. 어머니를 위해, 이 순간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그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노래가 돼도 좋습니다. 어머니.”

눈물은 이미 그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목소리는 점점 갈라졌지만, 그는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어머니를 불렀다. 그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눈을 감으셨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셨고, 그의 곁에서 떠나기를 원하셨다는 것을.

그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평생 고생만 하셨던 어머니가 이제야 안식을 찾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어머니를 더 이상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 피눈물을 흘리며 그는 어머니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손끝에는 아직도 어머니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임종의 순간,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숨결과 노래를 가슴에 새겼다. 어머니의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평생 그에게 전하고자 했던 사랑과 삶의 가르침이었다.

그날 이후, 달삼은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그 노래를 떠올렸다. 비록 어머니는 그의 곁을 떠났지만, 어머니의 노래는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었다. 그는 종종 하늘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가 듣고 계실 거라고 믿으며, 그가 부르던 노래를 이어갔다.

“어머니,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당신이 좋아하던 그 노래입니다. 당신이 제게 주셨던 그 사랑을 저는 평생 기억할 겁니다.”

달삼이의 가슴속에서 어머니의 사랑은 노래가 되어 영원히 흐르고 있었다. 그 노래는 단순히 추억을 넘어, 그의 삶을 이끄는 힘이 되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이 그에게 남긴 것은, 더 깊은 사랑과 삶의 책임이었다. “어머니, 제 삶은 당신이 만들어주신 노래입니다.”

그의 마음속에서 어머니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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