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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바리 장작불 ㅡ 장상철 화백

김왕식








고자바리 장작불




장상철 화백






겨울 다운
찬 바람이
투명한 창을 스치는 날이면,
추억이
가득 쌓인
푸근한 옛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그립다.
어제와 내일이
아닌 지금의
시간은
가눌 수 없을 만큼의
속도를
느끼기에
충분히 빠르게만 흐르는 듯하다.
시골집 아궁이에서
타오르던 *고자바리장작불이 빚어낸
천상의 맛과
향을 담고 있는 조청에
잔불에 구워낸
하얀 가래떡
찍어먹던 기억보다
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꿈을 꿀 재간은
나에게 없다.
그리움에 눈시울 적시는
이 겨울의 아침은
따뜻하기만 하다.


* 고자바리
고자바리 혹은 고자방치 이 말은 나무밑둥치만 남아서 썩은 그루터기를 일컫는 남도 지방의 말이다. (예전에 땔감으로 사용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상철 화백의 글은 고요한 겨울 아침 속에서 따뜻한 그리움을 담아낸 작품이다. 투병 중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글 속에는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삶과 시간, 추억과 현재를 깊이 있게 반추하는 화백의 철학과 미의식이 담겨 있다.

이 글에서 중심이 되는 감정은 '그리움'이다. 글은 찬 바람이 창을 스치는 겨울날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투명한 창을 통해 스치는 바람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 화백은 이 장면을 통해 고요하면서도 차가운 겨울의 분위기를 생생히 그려낸다. 이어지는 '추억이 가득 쌓인 푸근한 옛이야기'라는 구절은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그리움의 대상을 명확히 한다. 친구와 나누던 옛이야기들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시간의 무게를 함께 나눈 소중한 기억으로 묘사된다.

'어제와 내일이 아닌 지금의 시간'이라는 구절은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화백은 현대의 빠른 속도감을 느끼며, 현재라는 시간의 불가항력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병상에 있는 자신의 상태와 현대의 삶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내포한다.

특히 '고자바리장작불'과 '하얀 가래떡'의 이미지는 이 글의 핵심적인 미적 요소다. 고자바리라는 남도 사투리를 사용해 전통적이고 향토적인 느낌을 강조하며, 아궁이에서 타오르던 불의 따스함과 고향의 정서를 그려낸다.
이는 현대인이 잊고 지낸 정겨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든다. 더불어 조청에 찍어 먹던 가래떡의 천상의 맛과 향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화백의 기억 속에서 따뜻함과 정서적 안정을 상징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독자들에게도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따스한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꿈을 꿀 재간은 나에게 없다'라는 구절에서 화백의 현재 상태를 느낄 수 있다. 투병 중인 작가의 내면에는 옛 추억을 재현하고 싶지만, 현실의 무력감과 제한된 상황이 교차하며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낸다. 마지막 구절 '그리움에 눈시울 적시는 이 겨울의 아침은 따뜻하기만 하다'에서는 역설적으로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의 정서를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는 삶의 고난 속에서도 희망과 평온을 찾으려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히 개인적 회상을 넘어, 독자들에게 추억과 그리움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화백의 글은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체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들을 정제된 표현으로 담아낸다. 추억 속 따뜻한 장면들을 통해 현대인의 빠른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정서를 일깨워주는 글이다.

요컨대, 장상철 화백의 글은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따스한 그리움과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문이다. 독자들에게 잊고 지낸 고향의 정취와 함께,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화백의 내면적 아름다움과 투병 중에도 지속되는 삶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장 상철 선배님께,





선배님이 투병 중에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이 남기신 글을 읽고 나니, 그 무게가 더욱 커졌습니다. 글 속에는 선배님이 품고 계신 고요한 그리움과 따뜻한 추억들이 담겨 있었지만, 그 따뜻함이 오히려 선배님의 아픔을 더 깊이 느끼게 했습니다. 선배님의 고결한 성품과 깊은 영혼을 잘 알기에, 병마와 싸우는 선배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선배님은 언제나 진실하고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선배님의 말과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선배님의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철학과 성찰을 담아 사람들의 영혼에 빛을 비추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런 선배님이 투병 중임에도 이렇게 따뜻한 글을 써내셨다는 사실은 저를 감동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큰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선배님이 겪고 계실 고통과 외로움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선배님, 저는 매일 선배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이 이 고통의 시간을 잘 견뎌내시길, 그리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선배님이 병마와 싸우는 동안에도 그 고결한 성품은 선배님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선배님의 글을 읽으며 저는 선배님이 얼마나 강인한 분인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리운 친구와 나누던 옛이야기, 고향의 따뜻한 기억들 속에 선배님은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고자바리장작불’과 ‘조청에 찍어 먹던 가래떡’의 따스한 풍경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그 기억 속에서 선배님은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시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다시금 발견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따뜻한 추억 속에서도 “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꿈을 꿀 재간은 나에게 없다”는 선배님의 고백은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선배님이 느끼는 현실의 무게가 얼마나 크신지 알 것 같아서요.

선배님, 부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선배님이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내신다면, 봄은 반드시 선배님께로 올 것입니다. 선배님은 언제나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셨고, 그 희망이 다시 선배님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선배님을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선배님께서 다시 밝은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실 그날을 기다리며, 저는 결코 선배님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선배님의 글은 추억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겨울 풍경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는 선배님의 고귀한 영혼이 녹아 있습니다. 투병 중에서도 이런 글을 써내시는 선배님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배님이 가진 그 따뜻함이 결국 선배님 자신에게도 스며들어 이 긴 겨울을 견뎌내는 힘이 되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후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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