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바람, 빛 그리고 새들의 노래 ㅡ 장상철 화백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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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바람, 빛 그리고 새들의 노래
장상철 화백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벗 삼아
빛이 가득한 날에는
빛의 흔적을 따라서
꽃향기 코끝을
스치는 시간에는
잠시 멈춰서
눈을 감고
향기의 색을 상상하며
숲길에 있었다.
단 한 번도
고독한 나그네처럼 홀로
숲길을 거닐거나
머문 적은 없다.
숲 안에는
보이거나
숨겨졌던
보석 같은 생명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걷는 것이 미안한 마음에
구름이나 나비
또는 새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상상도
해보곤 했다.
혹여나 내 발걸음 밑에서
나의 부주의로
신음하거나
생명을 다할지도
모르는
귀한 벗들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숲 안에서
나무며
바람이며
빛이며
새들의 노래
대지를 스며드는
이름 없는
벌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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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장상철 화백의 글 '나무, 바람, 빛 그리고 새들의 노래'는 숲을 향한 경외와 자연과의 조화를 깊이 성찰한 작품이다.
이 글은 투병 중인 작가의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단순히 자연을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 가치를 탐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품은 '숲'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자연의 모든 요소들을 친구이자 스승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마음을 보여준다. 바람, 빛, 꽃향기 등 자연의 모든 감각적 요소를 섬세히 느끼고 상상하며, 그 안에서 겸허히 머무르는 자세는 단순한 관조가 아니라 철저히 체화된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이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하는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특히 "고독한 나그네처럼 홀로 숲길을 거닐거나 머문 적은 없다"는 구절은 작가가 자연을 혼자가 아닌 연대와 공존의 공간으로 여긴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그는 숲 속의 모든 생명체를 보석처럼 귀하게 여기며, 자신의 발걸음조차도 생명에 해를 끼칠까 미안함을 느낀다.
이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생긴 윤리적 자각이다. 그의 상상 속에서 '구름, 나비, 새'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의 순수함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나는 숲 안에서 이름 없는 벌레일 것이다"라는 고백은 작가가 자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미미한 존재로 인식하는 동시에, 그 미미함 속에서도 우주적 연결성을 느끼는 겸허한 자세를 상징한다.
이는 그가 지닌 삶의 철학, 즉 인간의 위치를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장상철 화백의 글은 삶의 무게와 병마 속에서도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존중을 잃지 않는 고결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 글은 독자에게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울림을 준다. 그의 철학은 단순하면서도 숭고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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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상철 화백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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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님의 글과 작품을 접하며 깊은 감동과 울림을 느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시는 화백님의 시선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특히 화백님이 글에서 보여주신 바람, 빛, 새들의 노래, 그리고 숲의 생명들에 대한 경외심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의 근본적인 철학으로 다가왔습니다.
화백님의 작품에서 자작나무가 가진 순백의 아름다움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며, 그것이 단순한 나무의 묘사가 아니라 화백님의 마음을 담아낸 하나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은 마치 화백님의 고결하고도 순수한 마음을 닮아 있는 듯합니다. 화백님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화폭에 담으신 자작나무들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재발견하게 합니다.
특히, 자작나무 숲을 그린 작품 앞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생동감은 잊을 수 없습니다. 화백님의 붓 끝에서 빛나는 나무들은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전하며, 그 안에서 숨 쉬는 공기와 들리는 새들의 노래까지도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자연을 단순히 관찰하거나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을 비추고 자연과 동화되는 화백님의 태도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화백님은 자연의 작은 존재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으시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십니다.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은 화백님의 따뜻한 마음과 철학을 담아내어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줍니다. 화백님께서 담아내신 자작나무의 빛과 바람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듯합니다.
화백님께서 자연을 사랑하시는 마음은 작품뿐 아니라 글에서도 진하게 묻어납니다. 숲길을 걷다가 꽃향기를 맡으며 잠시 멈춰서는 모습, 자신의 발걸음 하나가 생명을 다치게 할까 염려하시는 모습은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과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화백님의 작품은 그저 아름다운 그림을 넘어서, 하나의 철학적 메시지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화백님의 순백하고 고결한 마음은 자작나무와 함께 우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입니다. 화백님의 글과 작품을 통해 자연을 더 깊이 사랑하고, 그것이 우리 삶의 일부임을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화백님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담아내신 자연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큰 감동과 가르침을 주리라 믿습니다.
화백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