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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온기, 깊은 울림

김왕식








가벼운 온기, 깊은 울림






짧은 시 한 줄이 마음에 닿는다. 그 한 줄에 담긴 깊이를 헤아리려다 보면 고요한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진 듯 파문이 일어난다. 짧기에 가볍지만, 그 속은 무겁다. 의미를 더듬다 보면 문득 길을 잃는다. 그래서 시는 어렵다. 짧아도 끝내 다가가지 못하는 그 거리감이 버겁다.

수필은 다르다. 따뜻한 손길처럼 다가온다. 한 장, 두 장 넘길수록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삶의 이야기, 계절의 냄새, 그리움의 온기. 그러나 때로는 너무 오래 머문다. 이야기의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문장이 길어질수록 마음도 늘어진다. 처음의 따뜻함이 어느새 식어간다.

그래서 짧은 시가 좋고, 따뜻한 수필이 좋다. 단어는 간결하고, 문장은 따뜻해야 한다. 무거운 의미는 피하고, 늘어지는 이야기의 무게는 덜어내고 싶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읽히고, 부담 없이 스며들기를 바란다. 마음 한편에 가만히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글, 그것이면 충분하다.

짧지만 깊고, 따뜻하지만 가볍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도 글을 쓴다. 문장 하나에 온기를 담고, 단어 하나에 숨을 불어넣는다.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은 이야기로. 그렇게 오늘도, 글 한 줄을 조심스레 적어 내려간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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