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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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스스로 세운 엄격한 규칙
자연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흔히 자유롭고 무심한 존재로 떠올린다. 도시의 복잡함과 사회적 얽힘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들어간 사람이라면 마치 세상의 규칙에서 벗어나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자연인에게도 나름의 엄격한 규칙이 있다. 그것은 법으로 강제되는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삶의 원칙이며 자신을 단단히 지탱하는 근본적인 약속이다.
자연인의 삶은 단순히 자연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는 대원칙이다. 이는 단순히 독립적인 생활방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과 문제를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태도이다. 자연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며 때로는 혹독한 추위와 더위가 몰려온다. 자연은 어떠한 변명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연인은 그 모든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스스로 대처하며 살아간다. 이 원칙은 단순한 자립을 넘어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다짐이다.
또한, 자연인은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자연 속에 산다고 해서 세상과 단절된 것이 아니다.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인연,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겸손함과 배려를 실천한다. 이는 자신의 삶만이 아닌, 타인과 자연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늘 감사하며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돌려주려는 마음가짐은 자연인이 지키는 중요한 규칙 중 하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삶 또한 자연인의 규칙이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실수와 후회에 발목을 잡히기 쉽다. 그러나 자연인은 흐르는 강물처럼 과거를 흘려보내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간다. 자연의 시간은 오롯이 현재에 머문다. 지나간 계절을 붙잡지 않고, 다가올 계절을 조급하게 기다리지도 않는다. 자연인은 그러한 자연의 흐름을 본받아,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규칙들은 결코 느슨하거나 방만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연인의 삶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삶이다.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타인을 배려하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삶. 이러한 원칙들은 단순히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본받을 만한 삶의 자세다.
자연인 안최호의 삶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엄격한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며, 타인을 배려하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복잡한 사회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인의 원칙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것은 자연에서만 가능한 삶의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있든 실천할 수 있는 삶의 태도다.
결국 자연인에게 주어진 규칙은 단순히 자연을 즐기는 법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타인을 배려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이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이며,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의 모습이다. 자연인의 엄격한 규칙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책임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