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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년이 온다

김왕식











한강, 소년이 온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국가 폭력의 잔혹성과 그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일어났던 광주 시민들의 저항과, 이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국가의 폭력 속에서 살아가거나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의 중심인물인 열다섯 살 소년 '동호'는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이후 시신 안치소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맡으며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동호의 죽음 이후에도 이야기는 동호와 연결된 인물들의 시점을 통해 이어지며, 사건의 잔혹함과 그로 인한 상처가 여러 인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은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동호의 친구 정대, 책방 주인 은숙, 노동운동가 승태, 동호의 어머니, 그리고 동호 자신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광주항쟁의 비극이 단순히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아픔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상처였음을 강조한다. 특히, 동호의 죽음 이후에도 그의 영혼이 남아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장면은 이 사건이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 현재의 문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년이 온다'는 사실적인 묘사와 절제된 문체로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혹한 현실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한강은 잔혹한 폭력의 현장을 과장하거나 감정을 억지로 유도하지 않고, 담담한 서술을 통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시신 안치소에서 부패해 가는 시신을 처리하는 동호의 모습, 고문을 당하며 신음하는 인물들, 실종된 가족을 찾아 헤매는 이들의 모습은 독자에게 광주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묘사는 사건의 비극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독자가 그 고통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소설은 살아남은 자들의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동호와 함께 있었던 정대는 친구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동호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러한 인물들은 국가 폭력에 의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었으나,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깊은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 고통을 넘어선 정신적, 감정적 고통이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죽음조차도 이들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며, 그들의 영혼은 여전히 이 땅을 떠돌고 있다. 이는 광주에서 희생된 이들이 단순히 역사 속에 묻힌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 사회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존재임을 상징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사건의 비극성을 더욱 강하게 인식시키며,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 켠, 이 작품이 광주의 비극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음에도, 일부 독자들은 이와 같은 비극적 서사가 국가의 정체성이나 명예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국가의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전면적으로 조명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이 강조되는 점은 자칫 국가의 긍정적인 발전과 민주화의 성과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는 국가적 아픔을 기억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국가의 전체적인 명예가 훼손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소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의도임을 인식하되,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고 공동체로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다루면서도 단순히 사건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기억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작가는 국가 폭력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고, 그 고통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폭력과 죽음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감정을 절제한 서술은 독자에게 더욱 큰 울림을 준다. 과장되지 않은 묘사 속에서 오히려 사건의 잔혹함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며, 피해자들의 고통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의 문제임을 각인시킨다.

작품은 우리 사회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사건을 되새기게 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진실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특히,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 살아남은 자들의 죄책감과 슬픔을 통해 공동체의 책임과 기억의 의무를 상기시킨다. '소년이 온다'는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로, 독자에게 깊은 여운과 성찰을 남긴다. 이는 단순한 문학작품을 넘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역사적 진실을 담은 작품이다.

따라서 '소년이 온다'는 국가와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이 개인의 삶에 어떤 비극을 초래했는지, 그리고 그 비극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아픔을 마주하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잊힌 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우리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이러한 점에서 '소년이 온다'는 한국 현대문학의 중요한 작품이자,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읽고 기억해야 할 작품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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