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5. 2025
■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살면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곳이며,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위로받는다.
그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즉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지내라는 말은 인간관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하지만 마음을 열어 다가가기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물러서기도 쉽지 않다.
때로는 너무 가까워져 상처를 주고받고, 때로는 너무 멀어져 오해와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중용(中庸)의 삶, 곧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태도가 관계의 해답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실천하려 하면 그것마저 어렵다. 마음은 균형을 원하지만, 감정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기에,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이 상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음을 닫고 거리를 두면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
결국 관계란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조금씩 맞춰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한 발 물러서고, 때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그 반복 속에서 관계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완벽한 중용이나 이상적인 거리 두기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관계.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불가근불가원이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간관계의 모습이 아닐까. 어렵지만 그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청람